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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은 좁고 공감은 깊은 콘텐츠가 팔린다

모바일 시장이 커지며 기업과 소비자 간의 소통이 활발해졌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고, 기업들은 자신이 선보인 콘텐츠에 대한 결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다 보니 많은 기업이 과거 TV광고에 의존하던 마케팅 방식을 바꿔, 디지털 미디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업이 자신의 콘텐츠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집중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글 _ 김동욱 (브라이언에잇 대표)

미디어와 타깃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V광고 하나만 잘 만들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광고업에 몸담은 필자에게, “야 그 광고 네가 만든 거라며?”라는 말은 어깨를 우쭐하게 했다. 광고라는 게 말 그대로 널리 알린다는 뜻이니, 과거의 미디어 중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TV였다. 즉, TV 광고 하나만 잘 만들어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제품을 팔 수 있었다. 당시 TV 광고의 타깃은 ‘20~50대 여성’과 같이 최대한 넓게 설정되었다. TV는 일방향적이고 타깃이 명확하지 않은 매체이다 보니, 더 많이 겨냥하고 더 많은 제품을 팔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세대를 두루 아우르는 보편적인 제품이 좋은 성과를 얻기도 했다. 혹여나 광고를 제안할 때, “20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제품이니 20대의 이야기를 담으면 어떨까요?”라고 물으면, 한결같이 이런 피드백이 돌아왔다. “굳이 타깃을 좁게 겨냥할 필요가 있을까요?”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더 많은 타깃에게 어필해서 좀 더 많은 구매를 일으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미디어가 TV밖에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요즘엔 TV말고도 볼 게 너무 많다. 시대가 변하니 TV광고를 만들 때처럼 콘텐츠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터 ‘세스 고딘’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번 핀부터 쓰러뜨려라

 

필자는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출시된 카메라의 광고를 수주했던 적이 있다. 2002년부터 광고회사에 다닌 경험으로 경쟁 PT를 준비하며 ‘메인 타깃이 20대 여성이니까,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A안이 선택될 거야’라고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드디어 PT 당일. 필자는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20대 여성 전체를 포괄하는 A안이 아니라, 20대 키즈맘을 타깃으로 한 B안이 광고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해볼 만한 마케팅은 다 해봤습니다. 그래서 키즈맘을 겨냥한 B안이 마음에 드네요.”

 


20대 키즈맘이 서브 타깃이긴 했지만, 광고 시안을 만들면서도 내심 ‘너무 좁은 타깃층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힘을 쏟지 않았었다. 여태까지 타깃이 좁아 보이는 광고는 안 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기 때문이다. 뜻밖의 결과에 당황했던 그날, 광고주가 전해준 피드백은 지금도 종종 머릿속을 맴돈다.

“우리의 타깃들을 위한 감성이 잘 녹아 있는 콘텐츠였어요.”

제안했던 다른 시안들은 오히려 ‘너무 뻔하고 밋밋하다’ ‘타깃이 광범위하다’는 평까지 들었다. 그렇다. 예전 같았으면 절대로 선택되지 않을 광고가, 이제 적극적으로 선택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마케팅을 하고 그에 따른 콘텐츠를 만들 때 타깃을 좁히는 걸 극히 두려워한다. 특히, 필자같이 이전 세대의 마케터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매스 마케팅이 전부였던 세대에게 타깃을 좁힌다는 것은 결국엔 돈을 적게 벌게 된다는 말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공감해주는 콘텐츠에 지갑을 연다. 타깃이 더 좁고 정밀해야,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게 바로 요즘 마케팅과 콘텐츠의 핵심이다. 마치 볼링의 1번 핀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모든 핀을 쓰러트릴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축 처지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사는 게 뭐 이렇게 재미없냐’란 말을 내뱉어본 적 있을 것이다. “재미가 없는 게 아니라 피로한 거예요.” 한 영양제 회사의 광고 멘트다. 가볍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린 메시지였다. 브랜드가 공략한 타깃은 50대 직장인 남성인데 이러한 공감 메시지가 이외의 타깃층도 사로잡은 것이다. 핵심이 되는 타깃을 찾아내고 그 타깃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만들자. 그러면 그 주변을 감싸는 다른 타깃까지 공략해 스트라이크를 완성할 수 있다.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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