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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프로슈머(Prosumer)의 탄생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나의 관계를 온라인으로 옮겨, 보다 편리하게 관리하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이다. 이 페이스북이 미디어 세상을 변화시켰다.

글 _ 이승훈 (가천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겸 네모파트너즈 대표)




페이스북은 약 24억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SNS이며, ‘뉴스피드’라는 기능을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전파한다. 뉴스피드는 매 순간 사용자에게 적절하다 판단되는 뉴스를 제공하는 기능이다. 이 뉴스는 내 친구의 소식이기도 하고 내가 ‘좋아요’를 누른 기업의 소식이기도 하다.

뉴스피드는 ‘엣지랭크’라는 알고리즘에 기반한다. 엣지랭크는 지난달에 이야기한 구글의 ‘페이지랭크’와 달리 ‘관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즉, 엣지랭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콘텐츠가 나와 어떤 관계를 이루고 있냐’이다. 나의 친구가 좋아하거나 공유했으면 나에게도 중요한 콘텐츠이며, 내가 자주 방문하는 페이지가 새로이 작성한 뉴스도 마찬가지이다.

엣지랭크의 핵심은 ‘좋아요’와 ‘공유하기’이다. 이 두 가지 행위는 사용자를 콘텐츠의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로 변신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정 뉴스를 내 주변인들이 봐야 한다고 생각되면 ‘공유하기’를 눌러 재공급한다. 또한 소박하게 ‘좋아요’를 눌러 가벼운 지지를 표현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의 미디어와 달리, 소비자들에게 공급자의 역할도 함께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젠 기존의 미디어, 언론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뉴스를 전파시키려 노력한다. 최대한 많은 팔로워를 확보하려 하고 이들이 자신의 뉴스를 좋아하고 공유해주기를 기대한다. 과거 소수에게 집중되었던 권력이 24억 명에게 고르게 배분된 것이다. 일종의 ‘미디어 민주주의’를 구현한 셈이다. 헌데, 페이스북이 만들어 낸 미디어 민주주의 플랫폼은 몇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첫째는 가짜뉴스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잘못된 사실에 기반한 많은 가짜들이 말할 권리를 외치며 뉴스피드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페이스북은 최근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을 앞세워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아직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알 수 없지만, 미디어의 개방이 만들어낸 어두운 영역이 잘 통제되길 바랄 뿐이다.

또 하나는 고품질의 뉴스를 만드는 진정한 저널리즘이 사라진 것이다. 인터넷 매체의 등장으로 미국에서는 40%의 신문사가 폐간되었고, 전문적인 논평(사설)보다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가벼운 가십거리가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에 페이스북은 고품질의 뉴스와 논평을 부활시키고자, 기존 미디어들과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광고수입의 일부를 기존 미디어에게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단순한 가십거리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뉴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SNS와 같은 미디어 플랫폼은 개방과 공유, 그리고 책임과 참여가 함께 요구된다. 열린 공간인 만큼 우리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깨끗하게 사용해야 한다. 경제학에서 공유재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쓰는 표현이 바로 ‘공유지의 비극’이다. 모두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생각할 때 공유지인 공원은 더러워지고 황폐해진다는 뜻이다. 지금의 페이스북이 직면한 문제들도 같은 맥락이다. 비단 페이스북뿐만이 아니라 다른 미디어 플랫폼도 마찬가지이다. 남의 것이 아닌 우리 것으로 생각할 때 더욱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흐르는 공간이 될 것이다.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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