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공지능

로봇도 해고를 당할까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영향으로 일자리 관련 이슈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나고, 사라지게 될 것인가에 주목한다. 그리고 로봇이 우리의 일을 대체하게 되면서, 직업을 잃게 될까 걱정한다. 그런데 과연 사람만 해고를 당하는 걸까?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로봇은 그 자리를
영원히 지킬 수 있을까?

글 _ 이장우 (한국인공지능포럼 회장)



일본 헨나 호텔

사람들은 로봇에게 적합한 일이 제조업과 기술집약적 업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서 로봇이 활용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로봇은 그보다 더 넓은 분야에서 활용된다. 몇 년 전부터 로봇은 사람처럼 서빙을 하고, 카운터에서 고객을 접대하는 서비스업에서도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로봇이 일자리 시장에서 더욱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하나는 일명 감정노동으로 대변되는 서비스업에 로봇이 활용된다면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게 된다는 긍정적인 시선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사라지게 되어 점차 일자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시선이다.


모든 직원이 로봇인 호텔, 결과는?
일본의 헨나 호텔은 세계 최초로 모든 직원을 로봇으로 고용해 큰 관심을 끌었다. 2015년 당시 헨나 호텔에는 다국어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10대를 비롯, IT 기술이 적용된 약 80여 대의 로봇이 호텔 곳곳에 배치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로봇의 수는 늘어났고, 투숙객의 편의를 돕고자 객실 내부에도 컨시어지 로봇 ‘추리’가 배치됐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의 로봇 호텔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로봇 강아?지, 피아노를 연주하는 로봇, 바텐더 로봇 등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삶도 이런 모습으로 바뀌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헨나 호텔은 첨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투숙객의 항의가 늘어났다. 로봇들은 체크인을 위해 필요한 여권 복사 과정에서 자주 오류를 범했고, 결국 사람이 처리해야 했다. 수하물 운반 로봇은 100개의 객실 중 24개의 객실에만 접근이 가능했다. 또한 수하물 운반 과정에서 로봇끼리 충돌하는 사고도 빈번했다. 뿐만 아니라 객실 안의 컨시어지 로봇 ‘추리’는 투숙객의 코골이 소리를 명령으로 인식해 밤새 알아들을 수 없는 멘트를 반복하는 바람에 투숙객의 숙면을 방해했다.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질문에는 답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다.

결국 호텔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호텔 곳곳에 배치한 243개의 로봇 중 절반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사람으로 대체했다.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 사람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사람의 일자리를 로봇이 빼앗을 것이라는 예측과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일주일 만에 해고당한 로봇?
로봇 해고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8년, 영국 스코틀랜드의 슈퍼마켓 마르지오타(Margiotta)에선 일주일 만에 로봇이 해고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매장에 배치된 로봇은 2015년에 출시된 소프트뱅크의 인공지능 로봇 페퍼(Pepper)로,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대답하며 가슴에 달린 스크린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페퍼가 마르지오타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영국 BBC 방송의 〈여섯 로봇과 우리(Six Robots & US)〉라는 TV 프로그램이 진행한,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을 살펴보는 실험의 일환이었다. 페퍼는 테스트를 위해 헤리엇와트 대학교(Heriot-Watt University)에서 개발한 채팅 봇을 탑재하고 수백 가지 제품의 재고 관리 코드를 추가로 프로그래밍했다. 그리고 매장 주인의 의견에 따라 파비오(Fabio)라는 이름을 얻었다. 매장에 인공지능 로봇 파비오가 등장하자 고객들은 흥미로워했다. 하지만 서비스의 측면에서는 불만을 표현했다. 파비오는 고객의 질문에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지도, 안내하지도 못했다. 이에 주인은 파비오에게 매장 구석 육류 코너에서 음식을 홍보하는 업무를 시켰다. 하지만 여기서도 파비오는 외면당했다. 고객들 대부분이 사람 종업원에게 몰려든 것이다. 이에 파비오는 고객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일부 고객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일주일 만에 해고당했다.


모라벡의 역설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란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반대로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다’는 이야기이다. 미국의 로봇 공학자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이 한 말로, 컴퓨터와 인간의 능력 차이를 이야기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한 무인화가 되어가는 것에 공포를 느낀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로봇이 사람의 모든 일을 대체하지 못한다. 로봇도 사람처럼 해고를 당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에만 치우쳐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과 로봇이 각각 잘할 수 있는 일이 존재하고, 서로의 협업을 통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이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

2020-02-03

WORK > JUMP UP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기

    최상단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