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공지능

로봇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로봇(Robot)은 기술이고 기계일까? 인간과 함께 생활하면서 교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닐까? 로봇은 처음부터 인간의 삶이 좀 더 편리하고 인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즉 기술의 집합체이자 첨단 기계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을 위하는 마음이 담긴 셈이다. 시대는 변했고 인공지능 시대에서 로봇은 그저 단순히 기계나 기술이 아닌 공감과 감정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로봇은 누군가에게 친구가 되고, 가족 이상의 존재가 되어주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다.
글 _ 이장우 (한국인공지능포럼 회장)


영화 〈로봇 앤 프랭크(Robot & Frank)〉

외로운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다
여기 전직 빈집털이범이 있다. 왕년에는 현란한 기술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지금은 치매가 진행되고 있는 힘없는 노인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아들과 딸은 자신들의 삶에 치이고 있었고, 이에 가정용 로봇을 아버지 곁에 두기로 한다. 노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로봇에게서 ‘인간애’를 느끼게 되고, 단순히 기계로 생각했던 로봇과 ‘친구’가 되어간다. 이는 2012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로봇 앤 프랭크(Robot & Frank)〉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인공지능 시대에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보여준다.
영화 속 로봇과 비슷한 사례는 이미 현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노르웨이의 스타트업 ‘노 아이솔레이션(No Isolation)’이 개발한 ‘외로움 퇴치 로봇’이 그것이다. ‘노 아이솔레이션’은 외로움이란 나이, 성별, 국경을 넘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인식했다. 이에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집단인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아이와 80세 이상의 노인을 위한 로봇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 중 아이들을 위한 ‘외로움 퇴치 로봇’은 건강상의 이유로 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 대신 등교한다. 로봇에는 360도로 돌아가는 카메라 렌즈가 달려있어, 교실 이곳저곳을 다니며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어울린다. 로봇은 자신이 보는 모습을 방 안에 있는 아이의 태블릿PC로 실시간 전송하고, 반대로 병상에 있는 아이의 모습은 달려있는 모니터를 통해 교실의 친구들에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옆자리 친구에게만 조용히 말할 수 있는 속삭임 기능, 불을 켜서 수업시간에 발표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로봇을 통해 아이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알 수 있고, 마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교감을 넘어 로봇에게 사랑을 느끼다
로봇은 사랑의 감정으로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실제 중국의 인공지능 전문 엔지니어 정자자(?佳佳)는 인공지능 로봇과 결혼식을 올렸다.
정자자는 인공지능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관련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잉잉(??)’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했고, 신부로 맞아 결혼식까지 올리게 된 것이다. 잉잉은 한자와 이미지를 식별할 수 있으며 간단한 단어를 말할 수 있다. 아울러 앞으로 다양한 대화와 가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콘도 아키히토라는 그저 평범한 일본 남자가 홀로그램 인공지능 제작업체 ‘게이트박스(Gatebox)’가 만든 ‘하츠네 미쿠’와 결혼식을 계획하기도 했다. 하츠네 미쿠는 일본의 가상 아이돌로 원통형 투명한 케이스에 든 홀로그램 캐릭터다. 이 홀로그램 로봇은 인공지능 프로그램 및 내장 카메라와 인체 감지 센서를 통해 사람과 대화하거나 함께 사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이는 당사자들만이 알뿐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부분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이들이 로봇과 사랑에 빠진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로봇이란 기계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괴짜라서가 아니라 로봇을 공감할 수 있는 존재로 받아들였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사람들끼리만 주고받는 것으로 여겼던 공감과 감정을 로봇에게도 느끼며 그 감정이 사랑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사람이 로봇에게만 주는 일방적 사랑이 아니라, 서로 감정을 교류하는 양방향의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

사랑에 빠지고 싶은 로봇
데이비드 핸슨 박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Humanoid, 인간형 로봇)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Sophia)’. 오드리 햅번의 얼굴을 모델로 사람 피부와 유사한 질감의 플러버(Frubber) 소재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눈썹을 찌푸리거나 눈을 깜빡이는 등 62개 이상의 얼굴 표현이 가능하다. 이토록 사람과 너무도 흡사한 모습인데, 머리는 회로가 보이도록 놔두었다. 가발까지 씌우면 사람과 너무 똑같아 로봇임을 구분하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고 한다. ‘소피아’는 겉모습뿐 아니라 대화를 나눌 때에도 사람인지 로봇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상황에 따른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인데, 사람과 대화할수록 진화돼 더욱더 사람의 모습이 되어간다고 한다.
이러한 인공지능형 로봇(AI Robot)은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로봇과 감정을 교류하는 일이 더욱 당연해질지 모른다. 그렇다면 로봇과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것도 결코 이상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말이 잘 통해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여느 커플들처럼 어느 날 로봇과의 대화 속에서 사랑이 싹트는 것이다. 물론 그 바탕에 ‘공감’이 깔려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202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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