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트렌드

떡볶이

Z세대를 상징하는 음식을 한 가지 꼽는다면 바로 떡볶이가 아닐까?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소셜미디어와 웹사이트 21만 곳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한식 메뉴는 떡볶이였다. 게시물 수만 382만 건에 달했는데, 절반 이상은 20대가 쓴 것이었다. 그들은 떡볶이가 ‘영혼을 담은 음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글 _ 김효정(《MZ세대가 쓴 MZ세대 사용설명서》의 저자)



왜 MZ세대들은 떡볶이에 열광하는 걸까? 떡볶이는 매우 자극적인 매운맛에 고탄수화물 식품인 떡으로 이뤄진 음식이다. 고열량 음식을 먹는 것은 보상과 관련이 있다. 체중 증가와 같은 건강상의 문제, 영양불균형 등의 위험 요소가 있지만 우리에게 ‘스트레스 해소’라는 심리적 만족감을 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맛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매운맛을 선호하는 이유가 식중독 같은 질병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고춧가루 같은 매운 향신료가 음식이 상하게 하는 것을 막거나 음식의 상태를 가려주기 때문에 음식을 더 편하게 섭취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면역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음식 속의 세균 때문에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안전해 보이는 음식, 다시 말해 향신료로 덮여 있어 음식이 덜 상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매운 음식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MZ세대가 학교에 다니던 1990~2000년대만 하더라도 삶의 모습이 비슷비슷했다. 학교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 앞에는 으레 문방구와 떡볶이를 파는 분식집이 꼭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막 만들어 낸 떡볶이를 먹으며 수다를 떨던 것이 평범한 일상이었다. 흔히들 MZ세대는 취향존중이 중요해 각자의 삶을 즐기는 세대로 알려져 있지만 그들이 자라나던 시기는 매주 학교 운동장에 모여 조회를 했고 엄격한 규칙을 따라야 했다. 개인주의자들로 알려진 MZ세대는 알고 보면 집단주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라났다. 따라서 MZ세대에게 ‘나’만큼 중요한 것은 ‘동질감’이다. 떡볶이는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보통 떡볶이는 나눠 먹는 음식이다. 한 그릇에서 떡을 건져 올려 먹는 떡볶이는 함께 먹는 것이 더 익숙하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함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떡볶이를 먹으면 기분이 좋다’는 암묵적인 문화적 동질감이 만들어졌다. 한동안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떡볶이의 문화적 동질감을 잘 활용한 책이다. 떡볶이는 ‘공감’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붙여낸 것임을 알 수 있다. 경험으로서 떡볶이의 매운맛은 긍정적인 감정들을 대변한다. 한 논문에 따르면 매운맛은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제외하곤 거의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단어와 묶인다. 예를 들면 사랑, 가족, 최고, 특별, 여행 같은 단어다. 심지어 매운맛은 통각을 통해 느끼는 고통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맛으로 인식된다. 이에 따르면 떡볶이를 먹는 일은 긍정적인 감정을 나누는 일이다. “떡볶이 먹으러 가자!”는 제안은 ‘스트레스를 해소하자’ ‘즐거움을 느껴보자’는 것과 같다.



이렇게 MZ세대에게 떡볶이가 가지는 의미를 파악하고 나면 떡볶이의 변주를 이해할 수 있다. 로제나 마라떡볶이는 MZ세대가 만든 퓨전 음식이다. 로제떡볶이의 로제 소스는 원래 서양식에서 쓰는 소스다. 토마토 소스에 크림을 섞어 분홍빛이 난다는 점에서 ‘로제(Rose)’라는 이름이 붙었다. 소스 자체만으로도 배가 부를 정도로 묵직한데 매운맛까지 강조돼 있다. 여기에 떡뿐 아니라 당면 사리를 더하는 것이 보통이다. 고열량의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는 셈이다.

출처 _ 유튜브 '우앙'

마라(麻辣)떡볶이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매운맛은 원래 한국 음식에 없던 맛이다. 그러던 것이 외래 향신료 고추의 도입과 더불어 한식에 접목되었다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만나 분화되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이 한국 사회에 대거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우리도 마라에 익숙해졌다. 이 유행은 코로나로 해외 여행이 멈추다시피 한 시기에 시작한 데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먹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경험 역시 기존의 떡볶이가 주던 것처럼 즐겁고 설레는 것이다. 떡볶이를 통해 MZ세대는 즐거움 또한 확장해 나가고 있다.


떡볶이는 MZ세대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매운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키워드이자 즐거움을 나누는 먹을거리다. 단지 매운맛이 건강에 좋지 않다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치부할 것이 아니다. MZ세대와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매운맛을 기꺼이 즐길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꼭 떡볶이가 아니어도 좋다. 동료, 선후배와 마라탕을 나누어 먹고 탕후루를 손에 들어보자. 맛을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그것 자체로도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다. 유행은 단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할 기회다.


3세대에게 떡볶이란
옛날떡볶이, 짜장떡볶이, 카레떡볶이, 궁중떡볶이, 라볶이…“아~많다 많다 많다 많아♪” 여러분의 최애 떡볶이는 무엇인가요?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 말처럼 떡볶이는 뭘 넣어도 맛있는 것 같네요. 〈Z-트렌드〉 마지막 키워드는 떡볶이입니다. 공유하는 추억은 다르지만 ‘정답은 떡볶이’로 귀결되는! Z, M, X세대 교원가족들과 떡볶이에 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2023-11-01

김효정: 조선일보 사회부 및 사회정책부 기자, 주간조선 기자로 일하며 제30회 관훈언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MZ세대가 쓴 MZ세대 사용설명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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