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트렌드

여행

한 여론조사 기관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에 대해 조사한 결과 ‘여행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라고 말한 MZ세대가 60%를 넘었다고 한다. MZ세대에게 여행은 경제 활동을 하고 남은 시간에 하는 ‘여가’가 아니다. ‘필수’의 개념이다.
글 _ 김효정(《MZ세대가 쓴 MZ세대 사용설명서》의 저자)




2014년만 해도 해외여행 경험이 있는 20, 30대는 각각 10.3%, 14.8%로 20%인 40, 50대에 비해 적은 수치였다. 그런데 2019년에 들어서 20대 37.8%, 30대 38.7%로 수치가 크게 늘었다. 최근 몇 년 사이 MZ세대에게 ‘여행’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는 얘기다.
MZ세대는 여행지에서 일상생활에서는 못 겪어볼 만한 경험을 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 많은 MZ세대 여행객의 여행 모습은 의외로 비슷하다. 미국 뉴욕의 음식점 ‘피터 루거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언제나 한국인 여행객이 붐빈다. 한국인 여행객들은 피터 루거 스테이크 하우스가 영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일본 도쿄의 라멘 맛집 ‘이치란’, 바르셀로나의 빠에야 맛집 ‘엘 그롭’도 마찬가지다.



MZ세대가 좋아하는 것은 비슷하다. 좀 더 이국적인 것,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거나 맛볼 수 있는 것. 의외로 MZ세대는 남과 다른, 나만의 의미를 찾는 것엔 크게 관심 없다. 스페인에 가면 꼭 와인 투어를 하고, 튀르키예에 가면 반드시 열기구를 탄다.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지만, 관광 콘텐츠는 제한돼 있다 보니 그중에서도 조금 더 그 나라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예를 들어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근처에서 ‘좀 더 대만스러운’ 지우펀이나 스펀에 방문한다. 굳이 한국을 떠나서도 한국인이 집결하는 곳으로 향
하는 이유는 그것이 한국에서는 할 수 없지만 검증된, 즐거운 경험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정보를 찾고 비교한 끝에 검증된 한 곳으로 모인다.
MZ세대에게 필수 관광 코스는 상당히 중요한데, ‘남들이 다 가봤기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니라 ‘딱 그곳이 MZ세대가 찾던 곳’이기 때문에 간다. 급기야 가는 방법도 정해져 있듯이 비슷하다.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에 결국은 다 같은 방법으로 같은 곳을 다녀오게 된다. 그리고 여행 업계는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는다. MZ세대를 겨냥한 여행 업계는 완전한 패키지 여행을 구성하지 않는다. ‘여행이지’의 상품 ‘MZ PICK!’이 자리 잡은 이유도 필수 관광 코스에 대한 MZ세대의 수요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경험을 통해 MZ세대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자유다. 단순히 자유로워진다는 느낌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선택의 자유’다. 일상에서는 정해진 것들이 많다. 출근하려면 경로에서 벗어난 교통수단을 선택할 수 없다. 업무 중에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심지어 여가 활동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여행에서는 더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여행이 행복한 이유는 일상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시간을 들여 음식점 앞에 대기하고, 평소에는 타볼 수 없는 열기구를 탄다. MZ세대에게 여행이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는 일 이상이다. 여행을 통해 ‘혼자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고 대답한 MZ세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유독 높은 수치를 보였다. 자신감을
얻었다는 응답도 비슷한 수치로 나왔다. 즉 MZ세대는 부정적인 현실을 극복하고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행을 선택한다.




그들이 여행을 다녀오면서 자존감을 회복시킨다는 것은 실제로 여행 경험과 관련이 있다. 여행을 잘 다녀왔다는 사실에는 몇 가지 ‘능력’이 내포돼 있다. 하나는 여행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며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Z세대는 현실 세계에서 어떤 문제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풀어나갈 경험을 별로 겪지 못했다. 업무 환경은 여전히 위계적이고 업무는 단조롭다. 여행은 일에서 느낄 수 없는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일깨운다.
거기다 여행을 다녀오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여행지를 방문할 수 있는 자본, 시간 같은 능력을 스스로, 그리고 주변에 입증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여행이다. 그래서 여행은 언제나 인증샷과 함께 이뤄진다. 인증샷은 주변의 인정을 받고, 나 자신에게 새로운 확신을 주기 위한 행동이다. SNS의 인증샷이 없다면 Z세대의 여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Z세대는 여행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여행 정보를 공유하며 나의 경험을 은연중에 내세우는 것을 즐긴다. 그러니 Z세대에게 ‘여행 좋아해?’라고 질문을 던져보자. 여행 이야기로만 Z, M, X세대가 한데 어우러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슬쩍 메모해 두자. 검증된 곳을 검증된 방법으로 즐기는 Z세대를 따라가는 것은 꽤 도움이 된다. 그렇게 여행을 다녀와서 “네 덕분에 즐거운 여행했어!” 말을 건네준다면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3세대에게 여행이란
교원 가족 여러분은 휴가 계획 모두 세우셨나요?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즐기고 싶나요? 예전에는 ‘누가 어디 다녀왔는데 거기가 그렇게
좋다더라~’라며 목적지를 정했다면, 요즘은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해요. 〈Z-트렌드〉 네 번째 키워드
는 여행입니다. Z, M, X세대 교원 가족들과 세대별로 어떤 여행 특징을 갖고 있는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2023-07-01

김효정: 조선일보 사회부 및 사회정책부 기자, 주간조선 기자로 일하며 제30회 관훈언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MZ세대가 쓴 MZ세대 사용설명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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