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트렌드

미식

Z세대는 새로운 미식의 세대다. 알음알음 맛집을 알아내 찾아가던 이전 세대의 미식 문화와는 완전히 다르다. 기성세대는 음식에 대한 썰을 풀 수 있고,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춘 사람을 미식가로 칭한다. 그러나 Z세대 미식가는 좀 가볍다. 음식에 대한 썰을 푸는 사람은 잘 없다. 단지 맛집을 많이 아는 사람을 두고 미식가라고할 때도 있다.Z-트렌드 트렌드를 체험해보며 3세대가 공감하는 법을 배웁니다.
글 _ 김효정(《MZ세대가 쓴 MZ세대 사용설명서》의 저자)



Z세대 미식의 특징을 알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맛집의 공통점을 살펴봐야 한다. 맛집마다 길게 늘어선 대기 손님이 첫 번째 특징이다. 서울 용산구의 고깃집 ‘몽탄’의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대기 인원이 많아서 아침에 예약을 걸면 저녁에 고기를 먹을 수 있을 정도다. 또 다른 Z세대 인기 맛집인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나 ‘카페 레이어드’도 대기 줄이 길다. 또한, 모두 각자의 포인트를 갖고 있다.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든다. 몽탄의 경우 감탄이 나올 정도로 두꺼운 고깃덩어리가, 카페 레이어드에는 디저트가 가득히 쌓인 접시들이 포인트다.



한국식 고기구이 전문점이나 영국식 디저트 카페가 인기인 것을 보면 Z세대 미식에는 경계가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 특유의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마라 음식부터 갖가지 향과 맛을 가진 수제 맥주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한 음식을 즐긴다. 그런데 Z세대에게 미식은 단지 음식을 먹는 행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맛집을 찾아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미식 활동의 중심은 음식이 아니라 경험이다. 그래서 음식의 맛만큼 분위기, 메뉴 구성이 중요하다. 메뉴와 분위기를 고려하는 이유는 그것을 경험하고 공유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Z세대의 미식에는 ‘공유하기’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공유하는 미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인증사진이 필요하다. 인증사진은 인정과 과시를 위해 찍는다. 시간이 지난 후에 돌이켜 보고, 다른 사람이 좋게 봐주기를 바라며 찍은 사진을 공유한다. Z세대를 두고 ‘인증 세대’라고 부르는 분석 중에는 Z세대의 인증사진이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그러나 Z세대의 미식을 과시 욕구, 허세 등으로만 설명하면 놓칠 만한 부분이 많다. 인증사진을 공유하지 않거나, 공유하더라도 다수에게 노출할 목적이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유하지 않는 인증사진을 찍는 Z세대는 왜 미식 경험을 즐기는 것일까? 이는 자기 만족과 관련이 있다. 사진 속 모습은 대부분 순간을 포착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자기 모습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사진 속 미식을 즐기는 본인의 모습이 원래의 모습이라고 믿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증사진에는 맛집을 찾아보며 기대하던 마음, 음식을 즐기던 기분, 맛집의 분위기, 미식 경험을 함께하는 사람과의 친근함 같은 것이 모두 담긴다. 즉 Z세대 미식가는 맛 이외의 다른 목적을 위해 미식 경험을 즐긴다. 그렇다고 해서 Z세대 미식가가 미식의 본질에 어긋나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옳지 않다. 미식학(Gastronomy)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영국의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에 따르면 음식의 맛은 분위기나 함께하는 사람 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나무와 풀로 꾸민 방에서 마신 위스키는 풀 냄새가 나고, 달콤한 분위기로 꾸며진 방에서 마신 위스키는 달콤하다고 느낀다. 그러니 Z세대 미식가들은 음식의 맛을 최대한 즐기는 경험을 하는 중이다.


Z세대 미식가는 미식을 통해 자아존중감을 높인다. 인증사진을 동반한 미식에는 몇 가지 능력이 내포돼있다. 첫째는 맛집을 알아내는 정보력에 대한 것이다. 정보를 잘 찾아내는 능력뿐 아니라 유행에 뒤처지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주변에 입증할 수 있다. 또한 Z세대처럼 미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음식점을 방문할 수 있는 자본, 줄을 서는 등 음식을 맛보기 위해 쏟아야 하는 시간과 여유가 있다는 점이 저절로 입증된다. 게다가 이들은 보통 누군가와 함께 미식을 즐긴다. 친구, 연인, 가족들이 함께있다는 것은 Z세대의 사회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음식점 앞에서 길게 줄을 서 기다리는 Z세대에게 핀잔을 줄 필요가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미식을 즐기기 때문이다. 상당히 많은 Z세대가 와인, 베이커리 등 어느 한 분야의 미식을 즐기고 있다. 그러니 Z세대와 미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이들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보자. 그리고 그 음식에 대한 경험을 들어보자. 그것만으로도 세대 간 공감의 시간이 훌쩍 흐를 것이다.


3세대에게 미식이란
‘몽탄’ ‘런던 베이글 뮤지엄’ ‘카페 노티드’ 등 유명 SNS 맛집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대기 시간이 기본 1시간인 요즘 Z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음식점들이죠. 〈Z-트렌드〉 세 번째 키워드는 바로 미식입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미식을 즐기는, 그리고 즐겼던! Z, M, X세대 교원가
족들과 각 세대를 휩쓸었던 유명 음식점에 방문해 추억을 나눠봤습니다.
                                                                                                             




2023-05-01

김효정: 조선일보 사회부 및 사회정책부 기자, 주간조선 기자로 일하며 제30회 관훈언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MZ세대가 쓴 MZ세대 사용설명서》가 있다.

LIFE >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기

    최상단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