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처방전

더하기보다 몸에 좋은 빼기 몸을 새롭게 하는 단식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몸이 안 좋을 때 보양식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 등 무언가 몸에 ‘더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넘쳐나는 먹거리로 풍족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더하는 것보다 ‘빼기’가 효과적이다. 끊임없이 몸에 더해지는 것을 멈추는 ‘단식’의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글 _ 정가영(책 《면역력을 처방합니다》의 저자, 히포크라타의원 원장)

수명 연구 분야의 저명한 박사인 발터롱고는 “24시간 단식하고 나면 모든 것이 급격히 변한다. 아무리 효과가 강력한 약물들을 한꺼번에 다량으로 복용한다 해도 결코 단식의 효과에는 미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단식의 효과가 어떻길래 이렇게 말한 것일까?

우리 몸의 세포 재생
지금 바로 자신의 몸을 거울에 비춰보자. 성장이 끝난 우리 몸은 겉으로 보기에 최근 몇 년간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몸의 세포는 계속해서 새것으로 교체되는 변화를 겪고 있다. 이 과정이 바로 ‘세포 재생’이다. 예를 들어, 손가락 끝을 덮고 있는 손톱은 일주일마다 잘라 줘야 한다. 뼈는 5년 주기로 새로운 세포들로 교체된다. 우리 몸에서 가장 자주 새것으로 교체되는 조직은 소장과 대장 내막을 형성하는 ‘장내 상피세포’인데 2~4일마다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 이처럼 우리 몸은 여기저기에서 부품 교체하듯 낡은 세포를 내보내고 그 자리를 새로운 세포로 대체한다. 세포 재생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처가 나도 아물지 않아 흉터로 남거나, 급격한 노화로 이어진다. 조직이나 기관이 손상되고 기능을 잃게 되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세포 재생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세포가 재생되는 소리 ‘꼬르륵’
세포 재생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호르몬으론 성장호르몬을 꼽을 수 있다.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돼야 몸속 세포 재생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은 우리가 배고플 때 분비량이 증가하고 포만감이 들면 분비가 감소한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면 ‘아 지금 내 몸에서 성장호르몬이 올라오고 세포 재생이 시작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성장호르몬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조건 굶어야 할까? 물론 아니다. 당연히 성장을 위해, 또는 새로운 세포가 탄생하기 위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의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한데 이러한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시간만큼, 이 영양분을 활용해서 세포를 재생하기 위한 시간, 즉 단식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식사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속을 비워주는 공복 타이밍이 필요하다.
실제로 소아비만 어린이들의 경우 키 성장이 또래보다 뒤쳐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당분이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 인슐린이 분비되는데 이는 성장호르몬의 농도를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양에 비례해서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먹을 땐 영양가 있는 식사를 잘 먹어주되, 위장을 비우고 운동하면서 혈당을 내려줘야 성장호르몬이 활발하게 올라올 틈이 만들어진다. 배가 고플 틈도 없이 습관처럼 계속 간식거리를 입에 넣는 습관은 비만뿐 아니라, 빠른 노화를 촉진하는 지름길이다.


세포를 위한 휴가 '단식'
단식은 우리 몸의 지방을 분해하고, 갖가지 환경호르몬, 독성물질들을 몸 밖으로 내보내기 쉽게 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최근에는 많은 연구에서 단식이 노화의 속도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음도 입증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가소성(환경변화에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 젊음을 유지하고, 성인병을 예방함으로써 건강 관리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이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듯, 세포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세포는 오히려 휴식 시간에 더 중요한 일들을 해낸다. 우리의 일상 속 짧은 휴식이 그냥 흘려 보내는 소모적인 시간이 아닌 재충전의 시간이듯, 최소 12시간 이상의 공복시간은 세포들에게도 꼭 놓쳐서는 안 될 휴식 시간이다. 사실 12시간의 공복 중 7~8시간은 수면시간이기 때문에 저녁 식사 이후 잠들기 전까지만 공복을 유지한다면 12시간의 단식은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 그래서 야식이 몸에 해로운 것이다. 칼로리가 초과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야식은 성장호르몬의 증가추세를 거침없이 꺾어버린다.
필자는 9박 10일 간의 단식을 실천해본 경험이 있다. 체중은 5kg 이상 줄었으며, 원래 갖고 있던 피부 트러블들이 거의 사라졌다. 피부 톤도 더 깨끗해지고 좋아졌다. 그리고 아침에 더 일찍 눈을 뜨게 되고 일어날 때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요즘도 체중조절이 필요하다 싶을 때는 9박 10일만큼은 아니더라도 간헐적 단식을 하곤 한다. 따라서, 의료진의 감독하에 준비 기간을 가져 점진적으로 단식을 시도해보길 권한다. 물론 단식 이후에는 깨끗하고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단식을 통한 칼로리 제한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영양공급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건강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플러스’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식사 시간을 줄이고 공복시간을 확보하는 ‘마이너스’의 건강법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러니하게도 뺄수록 건강은 더해질 것이다.

2021-11-01

정가영: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히포크라타의원의 원장이다. 국제기능의학회 · 대한가정의학회 · 대한임상암대사의학회의 정회원이며 환자들의 주체적인 건강 관리를 위한 건강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면역력을 처방합니다》, 역서로는 《암은 대사질환이다》 등이 있다. 홈페이지: hippocrata.com/ 블로그: blog.naver.com/dr_nat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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