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처방전

내 몸의 독소 없애기 "해독은 일상이다"

한때 ‘간 때문이야~’라는 CM송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해당 CM송이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은 조금만 피곤해도 간 때문인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모든 피로의 원인이 간 때문은 아니지만, 간이 담당하는 해독 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 몸은 급격하게 피로해진다. 처리되지 못한 독성물질들이 온몸을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몸에서 매일 일어나는 해독에 주목해야 한다.
글 _ 정가영(책 《면역력을 처방합니다》의 저자, 히포크라타의원 원장)

다이어트를 위한 해독?
한때 ‘해독 다이어트’가 인기를 끌었던 시절이 있었다. 해독 다이어트는 몸의 독소를 배출하기 위해 매일 레몬 물이나 클렌즈 주스만을 마시는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해독’이라고 하면 평소에는 하기 어렵고, 특정 식단이나 약을 먹어야만 가능한 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사실 해독은 우리의 몸에서 숨 쉬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생화학적 과정이다. 다시 말해, 해독은 일부 중증 환자를 제외한 모두가 누리고 있는 일상이다. 해독은 인류가 탄생했던 그때부터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왜 현대사회에 들어와서 해독이 주목받았을까? 그 대답은 간단하다. 사람 몸에 들어오는 해독의 대상, 즉 독성 물질들이 급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물질들이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장과 간의 해독 능력을 뛰어넘는 일이 종종 생기고 있다.




간 때문이야? 간 덕분이야!
우린 매일 음식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을 공급받고, 이중 불필요한 것들은 체외로 배출시킨다. 이를 ‘대사’라고 일컫는데, 때론 대사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몸에 해로운 물질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또한, 호흡이나 피부를 통해서 유해물질들이 몸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간에서 이루어지는 ‘해독’이란 이러한 유해물질들의 독성을 약화시키고, 체외로 배출하는 과정이다. 평소 우리가 별 고민 없이 쉽게 먹는 진통제 한 알도 간에서 제대로 처리를 해주지 못하면 우리 몸에는 독성 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
해독작용을 담당하는 일꾼은 바로 ‘효소’다. 효소는 종류마다 맡은 역할이 다르다. 또한 사람마다 효소의 업무능력에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필자는 특정 진통제를 먹으면 졸음이 오고 현기증을 느끼는데 이는 간의 여러 효소 중 해당 진통제를 해독하는 효소의 활성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카페인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 커피 대여섯 잔을 마셔도 잠을 잘 자지만, 한 잔만으로도 밤을 꼬박 새울 만큼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도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해독 능력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잘 맞는 식이요법이나 치료법이 나에게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남의 말이 아닌, 내 몸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

해독에 좋은 영양소 챙기기
필자가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20대 초반의 여성이 배가 아프다며 내원했다. 복통의 원인은 독성 간염(의약품, 한약, 건강기능식품 등의 여러 종류의 약물을 복용하면서 발생하는 간 손상)이었다. 당시 체중감량에 좋다는 생청국장가루만 먹고 다른 음식은 아예 끊었다고 했다. 이 환자의 간은 해독에 필요한 여러 가지 영양소가 결핍된 상태에서, 다량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단백질을 처리하지 못하고 손상된 것이다. 즉, 우리는 우리의 간을 위해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먹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고기를 먹을 때도 고기만 먹는 것이 아니라 양파, 버섯 등과 함께 곁들여서 먹어야 한다.
그렇다면 왜 해독을 위해 음식을 잘 먹어야 할까? 간의 해독작용은 크게 2단계로 나뉜다. 각 단계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단계에 맞는 영양소가 필요하고, 이를 음식으로 보충할 수 있다. 해독 1단계에서는 다양한 효소들에 의한 생화학 반응이 이루어진다. 이때, 효소들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영양소 중 하나가 ‘카로티노이드’다. 카로티노이드는 식물에 존재하는 천연 색소로써, 당근, 고구마, 토마토, 호박, 시금치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해독 2단계에서는 1단계에서 생성된 대사물에 ‘황’성분을 붙이는 황화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필요한 ‘황’은 양배추, 배추, 브로콜리 등과 같은 채소에 풍부하게 들어있다. 그래서 해독 주스의 재료로 해당 야채들이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이러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해독에 좋은 야채나 과일 주스로 간편하게 보충할 수 있다. 집에 있는 야채를 활용해서 맛과 영양을 모두 챙길 수 있는 해독 주스를 만들어 보자. 고지혈증, 지방간, 비만, 암 등 질병의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해독이 필요한 경우 하루 3잔까지 추천한다.




해독을 위해 특별하고 희귀한 약초를 캐러 다닐 필요는 없다. 다만, 몸에서 해독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영양소를 채우고, 해독을 방해하는 생활습관을 제거하는 것이 내 몸의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2021-10-01

정가영: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히포크라타의원의 원장이다. 국제기능의학회 · 대한가정의학회 · 대한임상암대사의학회의 정회원이며 환자들의 주체적인 건강 관리를 위한 건강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면역력을 처방합니다》, 역서로는 《암은 대사질환이다》 등이 있다. 홈페이지: hippocrata.com/ 블로그: blog.naver.com/dr_nat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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