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처방전

성인인 당신도 일찍 자야 하는 이유 잠이 보약이다

늦은 밤까지 잠을 자지 않고 활동하는 ‘호모 나이트쿠스’가 늘고 있다. 덥고 습한 날씨에 푹 자기 힘든 요즘, ‘일찍 자야 하는데’ 하면서도 누워서 스마트폰을 하다 보면 새벽 1시는 기본이다. ‘잠이 보약’이란 말이 있듯 건강을 위해 적절한 수면 시간은 필수이다.
글 _ 정가영(책 《면역력을 처방합니다》의 저자, 히포크라타의원 원장)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잠에 인색하다. 중 · 고등학생 때부터 잠을 줄이고 공부를 하거나, 대학교에 가서도 새벽 아르바이트를 한다. 취직하더라도 야근하느라 잠을 줄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래서 필자는 2~30대 환자들에게 꼭 수면 시간을 물어본다. 대부분 자정이 훌쩍 지나고 나서야 잠자리에 든다. 충분한 시간을 수면하지 못하니, 건강할 리가 없다. 식습관만큼 중요한 게 수면 습관이다.

미인은 잠꾸러기다 
우리의 24시간은 낮과 밤의 조화로운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다. 낮에는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쓰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밤에는 낮의 모든 활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보수, 정비, 재생 작업을 한다. 이런 재정비의 시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잠이고, 잠을 자야 나오는 것이 성장호르몬이다. 그렇다면 이미 신체적으로 다 성장한 성인들에게도 성장호르몬이 중요할까?
발육이 멈춘 성인의 몸이라도 세포 재생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많이 사용해서 낡은 세포 대신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는 과정에 꼭 필요한 것이 성장호르몬이다. 특히 빠른 주기로 재생이 일어나는 조직 중 하나가 피부인데 헌 피부는 버리고, 새 피부로 바꾸는 작업은 매일 밤 우리가 자는 동안 일어난다. 밤을 새운 다음 날 피부가 푸석푸석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잠을 안 잔다는 것은 피부 재생과정을 건너뛰는 것과 같다. 헌 피부로 아침을 맞이하니 피부가 푸석푸석하고 화장이 안 먹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하는 말이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10분이라도 더 일찍 잠드는 것이 비싼 재생크림을 바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어른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매일같이 아이들을 일찍 재우기 위한 전쟁을 벌인다.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해야 아이들의 몸에서 성장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장이 끝난 성인들도 앞서 언급한 세포 재생 등의 이유로 일찍 자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수면 습관이 올바르게 잡히고, 면역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 한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나이가 듦에 따라 성장호르몬이 감소한다는 점이다. 20대의 성장호르몬 양을 100%로 본다면, 40대에는 수치가 절반으로 감소한 50%, 60대에는 20대의 1/4인 25%밖에 분비되지 않는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다. 그래서 지나치게 늦게 자거나 수면 부족이 오래 이어진다면 성장호르몬의 감소가 더 급격하게 이루어진다.
성장호르몬은 근육을 유지하고 체지방을 연소하는 기능이 있다. 수면 부족 및 수면 장애로 인한 성장호르몬의 기능 저하는 근감소증, 복부지방의 축적, 그로 인한 대사증후군 등 여러 가지 성인병의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성장기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일찍 자는 습관을 통해 수면의 질을 확보해야 한다.



수면 부족이 부르는 당뇨
몇 년 전 필자의 지인이 갑자기 당뇨 진단을 받았다. 그때 굉장히 의아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의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이 당뇨를 유발할 만큼 나쁜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20년 가까이 극단적인 수면 부족을 겪고 있었다. 그는 중 · 고등학생들의 성적을 단기간에 올려주는 인기 과외교사였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난 뒤에 수업하다 보니 늘 자정이 넘어서까지 일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대부분 새벽 3시 이후였고, 고작 4시간 뒤엔 어린 자녀들의 등교를 챙기기 위해 일어나야 했다. 이 수면 패턴을 20년 이상 유지하다가 성장호르몬이 감소하는 40대가 되자, 당뇨가 덜컥 찾아온 것이다. 사실 당뇨가 찾아오기 이전부터 이미 몸은 상하고 있었는데 젊고, 성장호르몬이 왕성하니까 그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만성 수면 부족은 혈당조절을 어렵게 하고, 식욕의 증가를 일으켜 당뇨 및 비만의 위험성을 높인다. 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높여 근육 · 뼈 손실 등 광범위한 조직 파괴를 일으킬 수 있다.



각국의 수면 전문가들은 평균 7~8시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고 새벽 3시에 자서 오전 11시에 일어나라는 뜻이 아니다. 이상적인 취침 시간대는 오후 9~10시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이때, 잠자리에 누운 채로 스마트폰의 불빛이나 무드 등, 모니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피해야 한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필자는 가끔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은 잊어버려도 11시 이전에 잠드는 것을 필사적으로 지키려 한다. 수면 시간을 지키는 것은 그 어떤 영양제, 보약보다도 훌륭한 건강 비법이다. 매일 아침 들고 나가는 스마트폰도 밤마다 100%로 충전하는데, 우리의 몸을 매일 밤 ‘완충’시켜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2021-08-01

정가영: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히포크라타의원의 원장이다. 국제기능의학회 · 대한가정의학회 · 대한임상암대사의학회의 정회원이며 환자들의 주체적인 건강 관리를 위한 건강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면역력을 처방합니다》, 역서로는 《암은 대사질환이다》 등이 있다. 홈페이지: hippocrata.com/ 블로그: blog.naver.com/dr_nat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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