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처방전

면역력 관리 비법 "나의 식탁을 점검하자"

튼튼한 면역력을 갖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다. 충분히 잠을 자고, 스트레스도 잘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일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식습관’에 주목해야 한다.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신선한 식품과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자. 튼튼한 면역력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글 _ 정가영(책 《면역력을 처방합니다》의 저자, 히포크라타의원 원장)

인터넷에 ‘면역력’을 검색하면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 ‘면역력에 좋은 음식’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뜬다. 많은 사람들이 ‘면역력’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먹는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의 식습관을 점검해 보자. 밥상을 진단하는 능력은 면역력에 좋은 식단을 구성하는 데 꽤 유용한 기준이 될 것이다.

미생물의 터전, 마이크로바이옴
장내미생물은 면역시스템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장내미생물 중 대표적인 유익균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유산균인데, ‘그럼 유산균을 먹으면 면역력이 올라가나요?’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대충 생각해봐도 장에 유산균을 매일 수억 마리씩 넣어주면 건강해질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장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갖가지 종류의 세균들이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내가 매일 아침 입에 털어 넣는 달콤한 유산균가루가 나의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유익균들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을 줘야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인체에 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다양한 미생물을 총칭한다. 인간의 몸에 서식하며 공생하는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와 생물의 모든 유전 정보 게놈(Genome)의 합성어다. 우리의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는 밥상에 어떤 음식이 올라오느냐에 따라 그 구성이 변화무쌍하게 바뀐다.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 만들기, 시골 밥상
프리보텔라는 대표적인 건강 지표 미생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채소에 함유되어있는 섬유질을 분해해서 먹고사는데, 프리보텔라가 먹이로 삼는 섬유질의 일종이 ‘프리바이오틱스’다. 프리바이오틱스가 많이 들어간 대표적인 식재료는 마늘과 양파다. 그래서 면역력 대표 건강식으로 ‘시골 밥상’이 꼽힌다. 쌈장에 콕콕 박아 두어 매운기를 빼놓은 생마늘, 그리고 양파장아찌를 곁들인 쌈밥이 장을 건강하게 한다. 여기에 청국장, 된장 같은 발효식품을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다. 간식으로는 고구마를 추천한다. 호박 · 자색고구마 모두 유익균의 증식을 돕고, 유해균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풍부한 야채와 발효 식품으로 구성된 시골 밥상이 우리의 면역력을 올리기 위한 최고의 밥상인 것이다.

 

 


 

암 예방을 위한 컬러푸드
자동차를 운행할 때 배기가스가 나오는 것처럼 사람도 음식을 먹고,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기가스가 나온다. 그것이 바로 ‘활성산소’다. 활성산소는 생명유지과정에서 사용되므로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양이 많아지면 노화를 앞당기거나 치매, 파킨슨병 등 여러 질병의 위험도를 높인다. 특히 암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활성산소는 생활습관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술이나 담배를 많이 하는 경우, 그 외에도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경우나 스트레스, 수면부족, 과식, 비만 등일 경우 증가한다.
그래서 활성산소를 조절해주는 ‘항산화제’가 필요하다. 우리는 매일 먹는 음식을 통해 항산화제를 손쉽게 섭취할 수 있다. 특히 ‘컬러푸드’라고 불리는 과일과 채소는 항산화제를 많이 함유한 식품으로 손꼽힌다. 과일과 채소에 담겨있는 여러 가지 색소들이 활성산소를 없애주는 역할을 하는데, 대표적으로는 주황색을 띠는 베타카로틴 색소가 있다. 베타카로틴에 담긴 비타민C가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채소는 섬유질이 풍부할 뿐 아니라 암을 예방하는데 중요한 항산화성분도 함유하고 있으므로, 우리의 면역 식단에 가장 먼저 올려야 할 음식이다.

정제탄수화물을 조심하자
우리가 피해야 할 음식은 무엇일까? 바로 백미나 흰 밀가루, 백설탕 등에 들어있는 정제탄수화물이다. 도정기술이나 설탕을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며 섬유질과 식물성 성분이 제거된 순수한 설탕이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섭취하는 설탕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당뇨라는 신종 질환까지 생겨났다.
그렇다면 정제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게 왜 몸에 해로울까? 먼저 장내미생물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설탕, 밀가루에는 섬유질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유익균들을 굶겨 죽인다. 반면, 설탕을 좋아하는 곰팡이의 증식이 늘어나면서 몸 안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둘째, 밀가루 속 글리아딘이 셀리악병을 유발한다. 셀리악병은 소장에 염증을 일으켜 조직이 위축되는 병이다.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할 수 없어 성장 장애, 빈혈, 골다공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셋째, 영양결핍을 초래한다. 설탕이 들어간 고칼로리의 밀가루 음식은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자칫 잘 먹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 몸에서 요구하는 영양소들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생체에너지를 얻는 데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들이 부족해지며 영양결핍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생체에너지란 우리가 뛰고 달리는데 필요한 운동에너지뿐 아니라 오래된 세포를 재생시키고, 음식을 소화하고, 해독하는 인체 내 모든 세포가 기능을 하는데 필요하다. 따라서, 생체에너지 생성에 문제가 생기면 전신의 세포 기능이 떨어져 온갖 성인병에 걸릴 수 있다.



우리의 면역력을 위해 컬러푸드를 풍부하게 섭취하고, 껍질을 깎지 않은 현미와 통곡식을 섭취하자. 그리고 가능한 밀가루, 당분이 많이 들어간 가공식품은 피하자. 면역력을 높이는 특별한 식재료를 찾기보다는 나의 식탁에 영양소가 잘 갖춰져 있는지를 점검해보는 것이 바람직한 면역력 관리 방법이다.

2021-03-01

정가영: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히포크라타의원의 원장이다. 국제기능의학회 · 대한가정의학회 · 대한임상암대사의학회의 정회원이며 환자들의 주체적인 건강 관리를 위한 건강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면역력을 처방합니다》, 역서로는 《암은 대사질환이다》 등이 있다. 홈페이지: http://hippocrata.com/ 블로그: https://blog.naver.com/dr_nat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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