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TALK TALK

12월의 TREND TALK TALK

글 _ 노준영 (디즈컬 편집장 겸 칼럼니스트)




각자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초개인화 시대

 

‘개인’이 주목받는 시대다. 과거에만 해도 소비와 생각의 중심은 모두 공동체 위주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의 생각과 마음이 생활의 중심이 됐다. 그리고 기업들은 완벽한 개인화를 상징하는 ‘초개인화’를 지향하고 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지니뮤직’이 ‘뮤직컬러’를 선보였다. 333가지 컬러와 음악을 매칭시켜 이용하는 신개념 큐레이션 서비스다. 사용자가 듣는 음악을 컬러로 분석한 후에 비슷한 성향의 노래들을 추천한다. 숙박 어플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지역 중심으로 숙박시설을 이용했다. 그러나, 요즘 소비자들은 취향을 중심으로 숙박시설을 선택한다. 숙박 어플 ‘여기어때’에 따르면, 사용자들의 취향 기반 검색량이 전체의 22%를 차지했다. 숙박어플들이 ‘게임’ ‘키즈’ ‘애견’ 등 개인의 관심사나 상황을 반영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취향을 존중하고, 존중 받는 세상이다. 군중심리에 의한 소비가 줄어들었고,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과감히 투자한다. 지배적인 한가지 제품으로 대중들을 사로잡는 건 불가능하다. 개인의 취향에 맞게 상품을 추천하며,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대중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 받을수록, 해당 플랫폼을 더 장기간 사용한다. 새로운 소비를 위해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가장 좋은 해답이다.

기업들은 정밀한 큐레이션과 데이터 분석 방식으로 모든 사람에게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는 완전한 개인화의 시대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가 가장 집중해야 할 건 개인이다. 개인의 성향과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주목하자.




  


간편식으로 매출 100억 원

비비고 주먹밥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제품은 가성비가 좋은 주먹밥이 아닐까? 너무 간단하다고 생각해서 판매할 생각조차 못 했던 주먹밥. 한데, CJ제일제당 비비고가 가정간편식(HMR)으로 주먹밥을 출시, 5개월 만에 매출 100억 원을 기록했다. 냉동밥 시장은 2019년을 기준으로 성장세가 주춤하며 정체에 머물렀었다. 그 사이에 볶음밥, 비빔밥 등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왔지만,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런데 코로나 이슈에 힘입어 비비고 주먹밥이 냉동밥 시장의 7% 성장을 이끈 것이다.

비비고 주먹밥은 홈코노미와 내식 트렌드를 잘 반영한 제품이다. 초기의 내식 트렌드는 간편하고 빠르게 끼니를 해결하는 데 주력했지만, 지금은 맛을 중시하는 대중들이 늘어나며 속도와 편리성보다는 ‘질’에 치중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을 반영한 비비고 주먹밥은 기술개발(R&D)을 토대로 맛과 조리 편의성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노릇한 색감과 누룽지 식감을 살리고 끝 맛까지 맛있는 품질을 구현했다. 소비자들은 가성비도 좋고 맛도 있는 비비고 주먹밥에 열광했고 SNS에 후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주먹밥을 와플 기계에 넣어 보는 등 다양한 요리법을 시도하며 홈코노미를 이끄는 중이다.

홈코노미는 단순히 집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는 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대중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의미와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단순함을 넘어서는 질적 향상이 지금의 트렌드가 요구하는 소비의 결과다. 이런 대중들의 마음을 읽고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의 다양성을 어필해보자.



  

 


소비자와 기업의 대동단결

네고왕

연예인 ‘광희’가 등장하는 유튜브 프로그램 ‘네고왕’이 화제를 끌고 있다. 네고왕은 광희가 기업과 ‘네고(negotiation)’를 하며 각종 할인혜택을 이끌어내는 내용이다. 실제 ‘소비자 가격’을 파격적으로 건드리며 기업과 소비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네고왕의 콘텐츠는 기업과 소비자 그 자체다. 광고를 요청한 기업에 찾아가 소비자의 의견을 전달하고, 제품에 대한 할인혜택을 받아낸다. 이 과정에서 광희는 가감 없는 멘트로 기업 관계자를 긴장시킨다. 유료광고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도 소비자들은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이런 모습을 통해 소비자에게는 할인을, 기업에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광고 효과를 가져다주는 게 핵심이다. ‘하겐다즈’ ‘스킨푸드’ ‘BBQ치킨’ 등 네고를 진행한 상품은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네고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SNS에 인증을 이어갔고, 긍정적인 바이럴 효과가 만들어졌다.
네고왕의 흥행이 시사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와 기업이 대동단결 했다는 점이다. 원래 소비자와 기업은 단순히 구매와 판매가 오가는 경직된 관계였다. 기업은 상품이나 콘텐츠를 공급하고, 소비자는 단순히 이를 구매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소비자는 홈페이지, 커뮤니티,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네고왕은 유튜브를 이용해 소비자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유연한 관계를 형성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네고왕에 네고를 원하는 기업을 직접적으로 요청하기까지 한다.
네고왕이 제시한 수평적 구조는 계속해서 주목받을 것이다. 이젠 소비자와 기업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열린 미디어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네고왕이 보여준 새로운 소통 구조를 기억하고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보자.





 


국악의 대중화

이날치 밴드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를 들어본 적 있는가? 조선 말기 판소리 명창 ‘이날치’를 오마주한 이날치 밴드는 젊은 판소리꾼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에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콜라보하며 판소리와 댄스의 독특한 결합으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젊은 판소리꾼, 전통음악과 유튜브, 그리고 힙한 댄스의 생경한 조합들을 본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날치 열풍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대표적인 건 역시 B급 감성의 발현이다. 과거에는 B급이 저예산이거나, 조악한 퀄리티를 뜻했다. 하지만 미디어가 확 바뀐 지금은 매스미디어의 전형적인 A급 콘텐츠와 반대되는 개념을 말한다. B급의 특징은 직관성이다. 긴 설명보다 말 한마디로 빠른 소통을 지향한다. 이런 스타일은 지금의 소통구조와 정확히 들어맞는다.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영상도 직관적이다. 특별한 조합에 귀와 몸을 맡기다 보면, 오묘하게 빠져드는 지점을 발견한다.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뉴미디어에 맞는 형태로 색다르게 풀어낸다. 게다가 지금 이 시대의 대중들은 각자 원하는 게 다르다. 이제는 특정 타깃을 두고 모든 걸 판단하는 게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좋아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끊임없이 시도하고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 판소리를 누가 듣겠냐는 섣부른 판단이 있었다면, 이날치의 콘텐츠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다양성’에 대한 믿음이 이날치 열풍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다양한 시도와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 시대의 대중들은 직관적인 즐거움을 바탕으로 다양한 니즈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치의 사례를 보고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건 시도가 지닌 가치다.

20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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