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TALK TALK

9월의 TREND TALK TALK

글 _ 노준영 (디즈컬 편집장 겸 칼럼니스트)




떠나지 않아도 되는 휴가

스테이케이션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스테이케이션이 휴가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올랐다. 스테이케이션이란 머무른다는 뜻을 가진 ‘Stay’와 휴가를 뜻하는 ‘Vacation’의 합성어로 한곳에 머무르는 휴가를 말한다. 기존의 휴가는 주로 어딘가를 방문해 여러 활동을 즐기는 걸 의미했다. 그래서 휴가지로 사랑받는 곳이 존재했고, 사람들은 집이 아닌 어딘가로 떠났다. 하지만 스테이케이션은 집이나 호텔에 자리를 잡고 모든 활동을 실내에서 한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을 피해 자신만의 공간에서 휴가를 보내며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것이다. 얼핏 보면 기존의 호캉스와 비슷하지만, 사뭇 다른 양상을 띤다. 스테이케이션은 호텔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호텔에서의 휴식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특별히 ‘떠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스테이케이션을 즐기는 데 필요한 슬립 웨어가 많이 팔리고 서적, 게임기, OTT 서비스, 심지어 인테리어 업체 등도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스테이케이션엔 ‘스스로에게 집중하다’란 의미가 녹아있다. 어딘가를 방문하는 일은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한곳에 머무르는 행위는 자신에게 더 많은 시간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집중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휴식과 에너지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외적 내적 건강을 모두 챙긴다. 기업은 고객 스스로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와 상품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소비를 통한 즐거움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서비스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대중은 스테이케이션처럼 스스로를 돌아보는 휴식을 원하고 있다. 고객에게 의미 있는 휴식을 선사할 수 있도록 고민해보자.




  


새벽 배송에 뛰어들다

현대백화점 투홈

  

현대백화점이 새벽 배송 시장에 참전했다. ‘현대백화점 투홈’은 쿠팡, 마켓컬리와 비슷하지만, 백화점 식품관을 그대로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프리미엄 농 · 축 · 수산물과 베이커리 등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 중인 유명 맛집들의 음식도 배송한다. 현대백화점뿐만이 아니다. 신세계백화점은 화장품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롯데백화점은 특수화물 전문 수송 업체와 연계한 명품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백화점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편리미엄’ 트렌드의 확산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얼마든지 인터넷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주문하는 게 가능해졌다. 백화점만이 갖고 있던 프리미엄 정체성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는데 백화점은 시간을 할애해서 찾아가야 한다. 또, 최근엔 감염이라는 위협적 요소가 압박감까지 주다 보니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해당 제품을 받을 수 있는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다. 두 번째는 ‘홈코노미’다. 백화점의 배송 서비스는 쇼핑과 외식을 집으로 가져오는 일이다. 새벽 배송 또한 장보기라는 경제적 행위를 집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모든 경제 활동이 집에서 이뤄진다. 홈코노미 트렌드가 식료품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백화점도 변화한 것이다.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유지하며,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백화점도 트렌드를 따라 변화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은 ‘변화’로 상징된다. 변화하고 대중과 소통하자. 대중들이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를 읽고 새로운 움직임을 만드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중의 중심이 되다

오팔세대

오팔세대란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新) 노년층으로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약자다.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58년생 개띠’를 의미하기도 한다. 젊었을 때 바쁘게 살다가, 시간과 돈에 여유가 생기며 좋아하는 일에 도전, 소비 영향력을 과시하는 특징이 있다. 우리는 이미 오팔세대들의 힘을 피부로 느낀 적이 있다. 바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열심히 스트리밍에 나서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방송가에서도 오팔 세대에게 주목하고 있다.
박원숙, 김영란, 혜은이 등이 출연하는 예능 〈같이 삽시다〉에는 평균 연령 66세의 출연자들이 등장, 자신들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첫 번째 시즌에서 이미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두 번째 시즌 역시 성황리에 방영되고 있다. 오팔세대의 미팅 프로그램인 〈찐어른 미팅 : 사랑의 재개발〉의 출연 경쟁률은 무려 100대 1이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원여행에서는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프리미엄 테마 여행 상품을 론칭, 오팔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쇼핑업계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2분기 신선식품 온라인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오팔세대가 무려 53%의 비중을 차지했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이에 발맞춰 오팔세대를 위한 서비스와 상품을 지속해서 출시하고 있다.
오팔세대는 젊은 세대처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과거의 기성세대가 가졌던 특징과 달리, 뛰어난 정보력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소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오팔세대를 통해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모든 세대가 자신만의 관심사를 가지고 소비를 논한다는 것이다. 각 세대에게 맞는 해답을 제시하는 브랜드가 트렌드를 선도할 것이다.








 

소비자의 경험, 그리고 AI와 AR

롯데홈쇼핑


TV홈쇼핑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언택트와 온택트의 시대, TV홈쇼핑보다는 라이브커머스가 인기다. 라이브커머스는 동영상 스트리밍과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판매자 중심의 일방향적인 TV홈쇼핑과 달리, 소통을 중시하는 최근 소비자의 심리를 잘 반영했다. 홈쇼핑의 위기, 이때 롯데홈쇼핑이 AI와 AR을 도입한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먼저 롯데홈쇼핑은 큐레이션 서비스인 ‘스마트 AI 편성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상 예측 시스템을 통해 날씨와 상품 수요 간의 관계를 예측, 소비자들에게 기상 변화에 따른 맞춤형 상품들을 추천한다. 일례로 이번 장마철엔 지난해보다 제습기 상품 방송의 횟수를 두 배 이상 늘렸고, 그 결과 66%의 주문 상승을 기록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날씨에 맞춰 묘하게 끌리는 제품들을 홈쇼핑 채널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로 선보인 서비스는 AR을 통한 ‘리얼 피팅’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패션 소품을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통해 가상으로 착용해볼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 소비자들은 집 안에서도 마치 오프라인 매장에 있는 듯 옷을 입어보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롯데홈쇼핑은 두 가지 서비스를 통해, ‘경험’을 선호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담아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소비자의 심리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변화해야 한다. 홈쇼핑이 트렌드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소통법을 시도하는 것처럼 말이다. 롯데홈쇼핑의 AI와 AR이 말하는 건, 쇼핑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소비자와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소비자를 위한 움직임 하나가 소통을 위한 시도일 수 있음을 기억하고 변화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트렌드는 이런 변화를 원한다.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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