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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나앤컴퍼니 손미나 대표 & 작가

손미나는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서울 교장,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의 편집인, KBS 아나운서, 손미나앤컴퍼니 대표, 여행 작가, 소설가 등 수많은 이름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능력을 펼쳐온 다재다능한 리더다. 서른을 앞두고 방송국에 휴직계를 낸 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언론학 석사과정을 밟았고, 한국에 돌아와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을 출간하며 아나운서에서 여행작가로 변신했다.코로나 이후엔 유창한 언어 실력으로 여러 나라의 미디어와 인터뷰하며 K방역의 노하우를 세계로 전파했다. 최근엔 저서인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와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를 통해 코로나 블루가 만연한 시대에 행복해지는 방법과 위로를 전하는 중이다.
글 _ 배나영

마음에 귀 기울이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는







인생의 두 번째 터닝포인트

“큰 사고였는데 천운이 따랐죠. 제가 탄 차를 향해서 커다란 차가 달려오는 3초 정도의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고민과 생각이 스쳤어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자꾸 부정하다가 마지막 순간 ‘아, 나는 여기서 죽을 운명이구나’라고 제 죽음을 받아들였어요. 그 일 이후로 제가 많이 바뀌었죠.”

2년 전, 하와이 관광청과 함께 일을 하던 중이었다. 하와이에서 같이 촬영을 하던 스텝 3명과 차를 타고 가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해 현지 병원에 입원했다. 크게 다친 곳이 없어 천만다행이었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사고 이후에 ‘만약 내일이 없다면 오늘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그리곤 제가 너무 일에 치중하고 있었다는 걸, 삶의 균형이 깨져있었다는 걸 깨달았죠.”


앞뒤 돌아볼 새 없이 최대치로 달리고 있었구나 싶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그 동안 하고 있었던 여러 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도 열심히 달린 다음에는 재정비를 하잖아요. 저의 첫 책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낸 후에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행복과 자유를 선택했던 일이 인생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라면,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를 통해서 제 안에 남아 있던 이야기들을 다 비워내고,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를 통해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하는 느낌이에요.”





몸과 마음과 정신의 균형 잡기

2태국의 아름다운 리조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손미나는 ‘이 사건’을 ‘인생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사건’이라고 말했다. 교통사고 이후 일을 줄이고 모처럼 떠난 여행이었다. 야자수가 우거진 정원에서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오고 새소리가 들리는 아침, 갑자기 ‘나는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제목에 ‘불행’이라는 단어를 썼더니 걱정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더라고요(웃음). 제가 지금 불행하다는 뜻이 아니고 당시에 심한 번아웃이 찾아왔어요. 제 마음이 참다못해 더 이상 못 참겠다고 폭발한 거예요.”

열정이 불행이 되는 순간 심한 무기력과 우울감이 뒤따랐다. 에너지, 기쁨, 의욕 같은 감정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타버린 상태, 그야말로 ‘번아웃’이었다.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육아에 지친 사람들, 공부에 스트레스 받은 학생들도 번아웃을 겪는다.

“그래서 구루를 만나 제 마음의 상태를 돌아보고, 다시 여행을 떠났어요.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번아웃 상태를 100% 회복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 기간은 제 마음의 평화를 찾는 시간이었어요. 밥을 지을 때도 뜸을 들이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제겐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의 시간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쿠바에서 살사를 추고 코스타리카에서 서핑을 배웠다. 그리고 그동안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덜어냈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는 강박증, 잘하고 싶은 욕심, 완벽한 계획과 실행에 대한 집착 같은 것들.

“여행을 통해 에너지를 얻긴 했지만, 행복을 찾기 위해 그렇게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도 깨달았죠. 가장 중요한 건 내 몸과 마음과 정신의 균형을 챙기는 일이었어요.”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리더

어디에 있더라도 몸과 마음과 정신의 균형을 잘 잡으면 행복해진다는 깨달음을 얻은 지 얼마되지 않아 코로나가 세계를 덮쳤다. 손미나는 ‘예전 같으면 답답했겠지만 지금은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그리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와 소통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한참 늘어났다가 조금 안정세에 접어 들었을 때였어요. 스페인에 사는 친구들이 코로나가 감기 같은 거 아니냐며 가볍게 넘기더라고요. 그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를 나누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죠. 그래서 스페인 친구와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이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스페인 신문에 났어요. 이후엔 스페인 방송국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고요.”

스페인 방송국뿐만 아니라 스페인어를 쓰는 여러 나라의 외신들이 앞다투어 손미나를 찾았다. 유창한 스페인어 실력과 아나운서 경험을 살려 멕시코, 페루, 코스타리카 등 수많은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며 한국의 방역 체계를 세계에 알렸다. 그렇게 손미나는 새삼 다재다능한 글로벌 리더로 주목받았다.

 

 

잃어버린 시간 대신 나를 되찾는 시간

“코로나가 일상적인 삶을 방해하지 않는 시기를 언제 되찾을지 모르지만, 요즘 같은 시간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잘 보내야 하잖아요. 물론 어려운 시기이지만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손미나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언어 공부 팁’을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에 ‘언택트’하게 되었지만, 한편으론 모두가 연결된 ‘홀리 커넥티드(Wholly Connected)’한 세상에 살게 되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코로나 관련 영상으로 외국의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비록 몸은 한국에 있더라도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과,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외국어 실력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제 경험이 여러분의 언어 능력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게 됐어요.”

손미나에겐 여행도 언어에서 뻗어나간 한 장르다. 언어를 알면 현지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 현지의 사람들과 더 잘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똑같이 여행을 해도 언어의 장벽이 없을 때 더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동안 제 열정은 항상 언어를 배우고 소통하는 데 있었거든요. 그걸 나누는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어요.”

손미나는 대한민국과 세상 사이의 다리를 놓기 위해 늘 고민한다. 지금은 한국인들이 세상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힘을 갖도록 돕고, 나중엔 세계가 대한민국에 주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기

손미나는 틈날 때마다 아침 요가를 하고, 언어에 대한 열정으로 이탈리아어를 공부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과 유튜브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참 매력적인 사람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훌륭한 커리어를 쌓아온 데다 늘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사실 그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땐 두렵다. 대신 이를 이겨낼 방법을 알고 있다.

“제가 가진 자신감은 제가 뭐든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이 아니에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저도 항상 두려워요. 하지만 실패해도 괜찮다는 긍정 마인드를 갖고 있죠. 남들이 저의 실패를 어떻게 볼 것인지 걱정하기보다 옵션A가 안 되면 B, 혹은 C를 해보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도전하고 싶지만 망설여질 때,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만 실패할까 봐 두려울 때 손미나가 전하는 두 가지 조언을 떠올리자. 하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기. 실수하거나 실패해도 괜찮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에겐 분명 다른 옵션이 있으니까. 둘, 나의 부족한 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손미나가 권하는 지혜로운 조언들을 하나씩 따르다 보면 인생의 모든 순간이 행복한 쪽으로 조금씩 기울어질 것 같다.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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