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Road

함양

글 / 사진 _ 신유진(여행작가)


 

 

우리네 삶과 함께하는 역사적 공간들이 있다. 유적지나 박물관의 유물처럼 시간이 멈추지 않고,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다. 화려하지 않아도 손때가 묻은 친근한 물건처럼 정겹다. 우리의 일상 속 깊은 농도의 시간을 가진 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선물 받는다. 함양이 그렇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개평마을

 


함양은 안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비의 고장이다. 그중에서도 개평마을은 500여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어온 유서 깊은 곳으로, 함양의 역사와 마주할 수 있다. 60여 채의 한옥이 모여 있고, 여전히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이기도 하다. 역사와 일상이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이곳에서 만나게 된다. 마을을 걷는 코스는 따로 정해진 것이 없다. 돌담길이 안내해주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본다. 발걸음의 속도를 늦춰 찬찬히 이곳의 풍경을 담는다. 나지막한 돌담길, 닳고 닳아 반들반들한 대청마루, 사람들의 걸음이 쌓여 움푹 파인 문턱. 모두 옛 시간 속에 멈춰 있는듯하지만, 이곳만의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 일두고택, 오담고택, 풍천노씨대 종가 등 100여 년을 이어온 고택들이 마을에 남아 있다. 특히 개평마을의 대표 고택이라고 할 수 있는 일두고택은 대부분 40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 지금도 꽤 많은 건물이 남은 것으로 보아, 그 당시 집안 규모가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들의 촬영지로 사용되며, 유명세를 탔다. 대청마루에 잠시 걸터앉아 고택의 정취를 느껴본다. 바쁜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평온함이 있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이 이곳에 스며있다. 그 역사 속에 잠시 우리의 시간을 더해본다.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요즘, 이곳의 시간만은 천천히 흘러주었으면 하는 욕심을 더해본다.

 

 


천년의 시간이 흐르는
상림공원

상림공원의 역사는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기록으로 남아 있는 인공 숲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곳으로, 그 시간이 무려 천 년을 넘었다. 신라시대 말 최치원이 이곳 함양으로 부임했을 때, 강이 범람할 것을 대비해 물길을 돌리며 커다란 숲을 만들게 된 것 이 이곳의 시작이다. 이후 홍수가 일어나고 물길이 생기며,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게 됐다. 시간이 흘러 하림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상림이 우리 곁에 남았다. 인공 숲은 시간이 쌓이는 동안 자연 숲보다 더 아름다운 숲이 되었다. 공원 곳곳에는 문화재도 많이 남아 있다. 이은리석불, 함양 척화비, 함화루 등 역사를 알 수 있는 흔적이 나무와 함께 숲을 이룬다. 숲이 지닌 깊은 시간 속을 찬찬히 걸어본다. 상림에는 다양한 나무가 함께 살아간다. 생강나무, 오리나무, 비목나무, 졸참나무 등 100여 종이 넘는 수종이 모여 있다. 이곳의 나무만 2만 그루가 넘는다. 그 규모를 상상해보지만, 너무 커다란 숫자에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숲속에서, 걸음으로 느껴본다. 숲을 걷다 잠시 위를 올려다보니, 하늘이 보이지 않을만큼 빼곡하게 초록이 차 있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도 울창한 숲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불어오는 바람의 리듬에 맞춰 나무들이 넘실넘실 움직인다. 숲 사이로 작은 개울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준다.


 


 

 

함양의 ‘맛’을 찾아서
옥연가(연잎밥) VS 낙원어탕(어탕)

 




한 상 가득, 잘 대접받는 기분
옥연가


옥연가는 함양의 맛집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연잎밥 정식과 가마솥밥 정식 중 선택이 가능하다.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 에피타이저로 새싹 삼이 나온다. 함양의 대표적인 특산품이기도 한 삼은 쌉쌀함으로 입맛을 돋워준다. 뒤이어 연근 샐러드, 잡채, 나물 반찬, 오리 훈제 등 다양한 음식이 상을 가득 채운다. 정갈한 음식들을 하나씩 맛보는 즐거움이 있다. 연잎밥 정식의 하이라이트인 연잎밥엔 다양한 잡곡을 넣어 만든 영양밥이 들어 있다. 곱게 쌓여 있는 연잎을 열어보니 찰기 가득한 밥에 은은한 향이 난다. 보이는 것보다 양이 제법 많아 다 먹고 난 뒤 배를 부여잡아야 했다. 옥연가의 음식은 전체적으로 담백해 건강한 한끼를 먹는 느낌이다. 정갈하게 잘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주소: 경남 함양군 함양읍 상림3길 10
전화번호: 055-963-0107
Open: am 11시 ~ pm 8시 (연중무휴)
대표메뉴: 연잎밥정식 1만 7000원, 가마솥밥정식 1만 5000원



 

 

맛있는 어탕 한 그릇 

낙원어탕


여행지의 유명한 맛집 보다 그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로컬식당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낙원어탕은 함양 사람들이 즐겨 찾는 자그마한 식당이다. 강에서 직접 잡은 민물 생선으로 만든 어탕이 주메뉴다. 처음에 어탕이라는 단어만 들었을 땐 비린 맛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한 입 맛보고 나니 이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 생선을 곱게 갈아서 만든 깔끔한 어탕에, 밥 · 국수 · 칼국수를 선택해서 넣어 먹을 수 있다. 함양에서 많이 먹는 방아잎과 제피가루가 함께 나온다. 향과 맛이 짙은 편이라 처음먹는 사람들은 당황하기도 하지만 어탕의 맛을 한껏 풍성하게 해준다. 겁내지 말고, 꼭 넣어서 먹어보길 추천한다.

주소: 경남 함양군 함양읍 용평4길 29
전화번호: 055-962-0064
Open: am 10시 ~ pm 9시 30분 (매주 화요일 휴무)
대표메뉴: 어탕밥 7000원 , 어탕국수 7000원 , 어탕칼국수 8000원







 

함양의 ‘향’을 찾아서
지인공간 VS 로드44







편안한 한옥카페
지인공간


함양 개평마을에는 지인공간이라는 카페가 있다. 개평마을을 둘러보고 잠시 쉬어가기 안성맞춤이다. 새로 지은 한옥이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편안하게 잘 꾸며져 있다. 카페는 마을의 풍경과도 잘 어울린다. 가장 먼저 넓은 마당이 찾는 이들을 반긴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시원하게 창이 나 있어 바깥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때론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음식이나 차를 마셔보는 것도 여행을 기억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지인공간엔 여느 카페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생강나무 차가 인기메뉴이다. 은은한 생강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지인공간은 특이하게도 오픈 요일을 정해두고 운영하고 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그리고 공휴일에만 열리니 방문 전 꼭 체크해야 한다.

주소: 경남 함양군 지곡면 병곡지곡로 905
운영시간: am 9시 ~ pm 6시 (금~일, 공휴일만 영업)
대표메뉴: 생강나무꽃차 6000원, 콜롬비아 우릴라 6000원, 아메리카노 5000원






 

여러 공간을 한번에 즐기는

로드44


로드44는 함양 읍내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트렌디한 카페다. 카페 내부가 공간마다 다른 컨셉으로 조성되어, 자리를 고르는 즐거움이 있다. 계단식 공간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햇살이 내리쬘 시간엔 좀 덥긴 하지만, 좌식 테이블이어서 편안히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테이블이 많아 여러 사람과 가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커다란 창문이 있어 초록의 자연도 즐길 수 있다. 덕분에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기에도 좋다. 로드44는 꽃차로도 유명하다. 꽃 가지를 그대로 말린 꽃 스틱 차를 마셔보자. 움츠렸던 꽃잎이 따뜻한 물과 만나 피어나는 동안 은은한 차가 완성된다. 차가 우러나길 기다리는 동안 누리는 여유로움이 즐겁다. 다양한 빵도 별미이니, 놓치지 말자.

주소: 경남 함양군 함양읍 운림길 44
전화번호: 055-962-6688
운영시간: am 9시 ~ pm 10시
대표메뉴: 조팝나무차 5500원 , 자바칩 5300원, 아메리카노 3900원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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