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Road

춘천

글 / 사진 _ 신유진(여행작가)



 

 

싱그러움으로 물드는 계절 5월, 나뭇가지는 어느새 초록 잎으로 가득해졌다. 갓 돋아나기 시작한 연둣빛에서부터 짙은 청록의 잎까지 나무의 여백이 초록빛으로 채워진다. 생기가 돌기 시작하는 자연 속에서 시간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봄날, 지금 이 순간이 좋다.

 







머무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될
청평사

 


급하지 않게, 천천히 정성 들여 걸어가고 싶은 곳이 있다. 이맘때의 춘천 오봉산에 위치한 청평사가 그렇다. 청평사의 봄은 도심보다 속도가 조금 더딘 편이다. 갓 돋은 여린 나뭇잎부터 봄꽃까지 5월의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이 여기에 다 모여있다.
소양댐이 생기며 섬 속 사찰로 유명했던 청평사는 육로가 생겼지만, 여전히 유람선을 타고 가는 방법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봄 햇살이 내려앉은 소양호의 풍경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배가 도착한 선착장에서 청평사까지는 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식당가를 지나면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특히 비가 온 뒤에는 계곡의 수량이 풍부해 소리가 선명하고 시원하다. 완연한 봄날, 청평사를 찾는 이유는 자연이 만들어낸 봄의 하모니를 보기 위함이다. 계곡과 초록의 나뭇잎이 어우러진 봄날의 상쾌함이 좋다. 잎사귀 사이로 들어오는 빛도 사랑스럽다. 길을 걷다 보면 계곡을 따라 이어진 크고 작은 폭포도 만날 수 있다. 큰 물줄기의 구성폭포는 떨어지는 물줄기에서 아홉 가지의 소리가 난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 이름처럼 아홉 가지의 소리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씻겨 내려가는 것 같다. 아름다운 숲길의 끝에서 걸음이 멈추는 곳에 청평사가 있다. 소담한 사찰과 오봉산의 자락이 어우러져 아늑하다. 오래도록 기억될 봄날의 아름다움이다.

 

 



다채로운 봄을 만나다
제이드 가든

잘 가꿔진 정원을 보면 정성스레 선물하는 꽃다발 같다.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고운 꽃을 골라 담은 마음이 참 예쁘다. 춘천 제이드가든에서는 자연과 사람의 손길이 만나 가꾸어진 아름다운 정원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뚜벅이 여행자도 대중교통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지하철 경춘선을 타고 굴봉산역까지 이동해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붉은색 벽돌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국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분위기 덕분에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지로도 자주 나왔다. 특히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최근에는 BTS 멤버인 RM이 다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5월에는 수목원에 꼭 가봐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다채로운 봄날의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제이드가든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봄의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초록의 나무와 화사한 꽃들이 자주 걸음을 멈추게 한다.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나누는 봄날이 좋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5월을 마음껏 즐겨보면 좋겠다. 산책로는 다양한 테마로 꾸며져 있다. 영국식 보더가든, 이탈리안 가든, 이끼원, 스카이 가든 등 무려 24개나 된다. 정원뿐만 아니라 숲길, 폭포, 온실 등 볼거리가 많다. 생각보다 수목원이 넓어 코스를 선택해 둘러보면 여유롭게 볼 수 있다.



 

 


 
 

춘천의 ‘맛’을 찾아서
원조숯불닭불고기집(닭갈비) VS 신흥막국수(막국수)

 





닭갈비의 원조를 맛보다
원조숯불닭불고기집


춘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닭갈비다. 닭갈비를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철판에 야채와 함께 넣어 볶아 먹는 방법과 숯불에 구워 먹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춘천닭갈비의 시작은 철판이 아닌 숯불로 굽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원조숯불닭불고기집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숯불닭갈비를 맛볼 수 있다. 1961년부터 지금까지 영업을 이어오며, 긴 세월과 맛이 배 있는 가게다. 원조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뼈 없는 닭갈비를 주문하면 빨간 양념이 된 닭고기가 나온다. 지금부터 꽤 집중해서 구워야 한다. 숯불에 굽다 보니 쉽게 탈 수 있어 수시로 뒤집어줄 필요가 있다. 조금 손이 가긴 하지만, 철판닭갈비와는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불 맛과 함께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넣어 쌈을 싸 먹으면 그만이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면 간장닭갈비를 주문하면 된다.


주소: 강원도 춘천시 낙원길 28-4
전화번호: 033-257-5326
Open: am 10시 30분 ~ pm 9시 (명절 전날과 당일 휴무)
대표메뉴: 닭갈비 · 간장닭갈비 1만 1000원



 

 

면이 매력적인

신흥막국수


자그마한 하천 옆 길가에 위치한 신흥막국수는 일부러 찾아가야 할 곳이다. 2대를 이어가고 있는 식당으로, 가평에 있다가 춘천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주문과 동시에 반죽하고 면을 뽑는다. 면을 순 메밀 100%로 만들어, 미리 뽑아 두면 삭기 때문이란다. 맛있는 막국수를 위해 기다림이 필요하다. 상차림은 단출하다. 막국수는 기본 간을 한 양념이 들어 있고, 육수는 따로 나온다. 취향에 맞춰 육수의 양을 조절해 넣고 잘 비벼 먹으면 된다. 비빔국수와 물국수의 중간쯤 될 것 같다. 메밀로 만들어진 면발의 식감이 다른 막국수와 다르다. 젓가락으로도 툭 끊어질 만큼 부드럽다. 자극적인 맛 대신, 본연의 맛을 잘 살려 담백하다. 첫술에 눈이 번쩍할 만큼 강력한 맛은 아니지만, 두고두고 생각날 맛이다.

주소: 강원도 춘천시 상마을1길 36
전화번호: 033-264-2031
Open: am 11시 ~ pm 9시 (첫째, 셋째 월요일 휴무)
대표메뉴: 순메밀막국수 7000원, 막국수곱빼기 1만 원, 편육 1만 8000원







 

춘천의 ‘향’을 찾아서
광장상회 VS 포지티브즈







뉴트로 감성
광장상회


광장상회는 오픈한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카페다. 그런데도 카페 건물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35년이 넘은 건물의 시간은 살리고, 센스 있는 인테리어를 더해 뉴트로 감성으로 꾸며졌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새로운 문화로 다가온다. 카페는 별관과 본관 두 곳으로 나뉘어 있고, 작지만 정겨운 마당도 있다. 별관은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넓어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인절미크림비엔나는 따뜻하게 먹어도, 차갑게 먹어도 모두 맛이 좋다. 커피 크림 위에 인절미가 올려져 나오는데, 비주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상할 수 있는 맛인데도 함께 먹는 인절미가 쫀득쫀득하게 맛있다. 인절미의 고소한 콩가루가 달달한 크림과 만나니 별미다. 거기에 쌉쌀한 커피가 더해진다. 이곳의 분위기와 찰떡궁합이다.

주소: 강원도 춘천시 전원길 3, 1층
전화번호: 010-7182-6604
운영시간: am 11시 ~ pm 11시 (월요일 휴무)
대표메뉴: 인절미크림비엔나 5500원, 아메리카노 4000원, 소금라떼 5500원






 

잔잔한 감성이 깃든

포지티브즈


주택가 골목에 있는 포지티브즈는 파란색 대문이 제일 먼저 반긴다. 요란한 간판 대신, 심플한 간판이 요즘 카페임을 알려준다. 친구 집에 놀러 간 듯 대문을 들어서면 아담한 마당과 아기자기한 실내공간이 나온다. 오래된 가옥에 원목 테이블과 의자 등으로 꾸며져 따뜻함이 깃들어있다. 잔잔하게 꾸며진 공간에서의 시간은 카페 이름처럼 긍정적으로 바뀐다. 포지티브즈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리는 커피 대신 드립 커피를 판매한다. ‘카푸초치아로’라고 부르는 비엔나커피는 크림 위에 시나몬 가루나 코코아 파우더를 올릴 수 있다. 시나몬 가루의 알싸함과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이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드립 커피라서 커피 맛이 더 깔끔하다. 다른 카페의 진한 비엔나커피보단 가볍고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계절에 맞춰 바뀌는 과일 음료도 인기가 많다.

주소: 강원도 춘천시 서부대성로205번길 10
전화번호: 010-9505-8394
운영시간: pm 12시 ~ pm 9시
대표메뉴: 카푸초치아로(비엔나) 6000원, 아메리카노 4500원, 제철 생과일주스 7000원

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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