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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자율주행 차량’의 위협 〈로건〉 & 〈업그레이드〉

글 _ 정현목(중앙일보 대중문화팀 기자)

 

운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5G 기술로 생겨날 혜택으로 가장 먼저 자율주행 차량을 꼽을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이란 운전자가 브레이크, 핸들, 가속페달 등을 제어하지 않아도 정밀 지도와 GPS 같은 각종 센서로 도로 상황을 스스로 파악해 자동으로 주행하는 자동차다.

자율주행 차량은 그간 많은 SF물에 나왔지만, 영화 〈로건(2017, 제임스 맨골드 감독)〉에선 꽤나 상징적인 의미로 등장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2029년은 자율주행이 일반화된 가까운 미래다. 하지만 완전히 정착되기 전의 과도기여서 도로에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와 자율주행 차량이 공존한다.

자율주행 차량은 로건(휴 잭맨)과 찰스 자비에 교수(패트릭 스튜어트)가 돌연변이 소녀 로라(다프네 킨)를 차에 태우고 미국 중서부 고속도로를 횡단하는 장면에서 처음 등장한다. 오토트럭이라 불리는 자율주행 트럭 한 대가 로건이 운전하는 픽업트럭 앞으로 무리하게 끼어들자 이를 피하던 로건이 역방향으로 주행한다.

도로의 무법자처럼 묘사된 오토트럭은 운전석 공간이 없는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앞뒤에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만 달린 트레일러가 컨테이너를 실은 채 스스로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제어하며 빠른 속도로 내달린다. 마치 컨테이너가 도로 위를 질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운전자는 물론이고 운전석 조차 없는 자율주행 트럭이 무척 낯설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운전자가 필요 없는 절대적 개념의 자율주행을 생각한다면 극단적 형태의 자율주행 차량이 등장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주인공 로건은 영화 〈엑스맨〉 시리즈에서 ‘울버린’이라 불리며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던 뮤턴트(돌연변이) 수퍼히어로다. 로건은 그가 평범한 인간이었을 때의 이름이다. 하지만 세월은 수퍼히어로를 늙고 병들게 만들었고, 괴력의 뮤턴트도 평범한 인물로 돌아오게 했다. 초능력을 잃어가며 노쇠해가는 건 자비에 교수 또한 마찬가지다.

로건은 리무진 운전사로 일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간다. 로건에게 리무진은 밥벌이 수단이지만, 노쇠한 자신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해주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영화가 로건이 운전하는 차량에 많은 장면을 할애하는 이유다. 또한 로건은 소녀 로라를 지키기 위해 파워 킬러 뮤턴트와 힘겨운 사투를 벌인다. 킬러 뮤턴트는 첨단 복제기술의 산물이다.

리무진에 이어 픽업트럭을 운전하는 로건에게 오토트럭은 위협적이며 비(非)인간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오토트럭은 로건이 모는 운전자 주행차를 무시하듯 거칠게 밀고 들어온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경고음을 울리며 밀어붙이는 기세가 마치 폭주기관차 같다. 최첨단 기술의 총아인 자율주행 트럭에 위협받으며 길을 내주는 운전자 주행 차량은 시대 흐름에 뒤쳐진 소수자와 다르지 않다.

이처럼 영화 〈로건〉의 자율주행 차량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하루하루 노쇠해가는 주인공 로건과 그와 같은 배를 탄 운전자 주행 차량을 시대의 뒤안길로 밀어 넣는 최첨단 문명의 은유로서 기능한다. 오토트럭과 같은 자율주행 차량이 화물을 싣고 도로를 누비게 될 미래 사회가 과연 인간에게 효율과 편리만을 가져다줄까? 이에 대해 영화는 여운만을 남길 뿐, 답을 주진 않는다.

지난해 9월 개봉한 SF 액션영화 〈업그레이드(리 워넬 감독)〉는 자율주행 차량과 트랜스휴먼(기계와 결합된 인간)이 거리를 활보하는 가까운 미래가 결코 장밋빛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자율주행 차량이 갑자기 인간의 음성명령을 거부하고, 직접 운전기능 또한 마비되며 폭주 끝에 전복되고 만다. 이어 괴한들이 들이닥쳐 아내를 살해하고, 남편은 전기충격을 당해 사지가 마비된다. 끔찍한 비극이 주인공 부부를 덮친 것이다. 이후 남편은 천재 과학자가 개발한 최첨단 두뇌를 이식받아 몸을 최대 능력치로 움직일 수 있게 되고,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 나선다.

첨단기술이 바꿔놓을 미래를 보는 관점이 부정적으로 치우치긴 했지만, 이 영화가 던지는 ‘기술 발전이 과연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는가’라는 질문은 모두가 곱씹어볼 만하다. 자율주행 같은 첨단문명의 이기가 속속 등장하고, 이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져가는 이 시점에서 말이다.

첨단기술이 가져다줄 혜택과 예측 불가능한 위험 사이의 격차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최대한 작게 만들어야 하는 건, 결국 인류의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싶다.
 


 

 

201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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