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K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뼈 때리고 살 때리는

각 세대는 서로의 빛에는 주목하지만 그림자는 보지 않는다. 그저 자신들이 가장 힘들다고 강변할 뿐이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는 것처럼, 흔들리지 않고 살아온 세대는 없다. 시대의 강점은 세대의 약점이 되어 누구에게나 성장통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가 ‘동상삼몽’ 하는 시대지만, 세대론의 출발은 각 세대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고,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글 _ 김성회(CEO리더십연구소장) / 그림 _ 박선호(교원 청년웹툰챌린지 당선 작가)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에게 조언과 잔소리를 어떻게 구분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잔소리는 기분 나쁜데 조언은 더 기분 나빠요.”라는 대답이 폭소를 이끌어냈다. 어떤 MZ세대는 “선배들이 몰랐던 걸 알려줄 때도 있고, 대부분 맞는 말인 건 아는데 그들을 인정하기 싫어서 더 짜증이 나요”라고 풀이했다. 결국 참견 자체가 불쾌하다는 뜻이다. 헬리콥터 부모보다 더 무섭다는 헬리콥터 상사는 늘 “인생은 꽃길이 아니고 가시밭길이라고 강조하지 않았느냐?”며 겁을 준다. 그러면 MZ세대는 “잔소리 듣느니 차라리 가시밭길 갈게요” 한다.

조언과 잔소리 구별법
조언과 잔소리의 차이는 수신자, 송신자, 스피치 기법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수신자가 먼저 청했을 경우엔 조언, 그렇지 않았을 경우엔 잔소리다. 듣는 사람이 모르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면 조언,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환기시키는 것은 잔소리다. 대부분 조언은 긍정의 의미로, 잔소리는 부정의 의미로 쓰인다. 모르는 것을 일깨워주는 상사의 조언이라도 유익할 땐 감사하지만, 알아봐야 실행 가능성이 없거나 좌절을 선사하는 경우엔 짜증이 나므로 잔소리가 된다고 한다.
송신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제성 여부다. “이건 내 생각인데…” 하면서 최종 수용 여부를 상대에게 맡기면 조언이지만 꼭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태도로 찍어 누르면 잔소리다. 또한 성공한 사람이 하면 조언이지만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이 하면 잔소리다.
스피치 기법에 따라 나누기도 한다. 차근차근 알아듣게 설명하면 조언이고, 화풀이하듯 혼자 떠들어대면 잔소리다. “아하!”하고 감탄사가 나오면 조언이고, “하암~”하고 하품이 나오면 잔소리다. 결론부터 말하고 근거가 있으면 조언이지만 잘못한 행동을 한참 나열하다가 미괄식으로 결론을 말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잔소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조언은 사전 예방용, 잔소리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의견도 있다. MZ세대는 조언은 팩트 폭격이라 기분 나쁘고, 잔소리는 말투가 기분 나쁘다고 한다.
요컨대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많은 게 조언이고 잔소리다. 뭐든 귀에 쓰니 되도록 하지 말라는 뜻이다. 조언이든 잔소리든 듣기 싫은 것이 어디 MZ세대뿐이랴. 다만 예전 젊은이들은 듣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요즘은 대놓고 싫다고 말하기 때문에 선배세대들이 알게 된 것뿐이다.

선배세대는 자신들의 연륜과 경험을 나눠주고 싶다고 한다. 후배세대는 필요할 때 요구할 테니 그때만 달라고 한다. 맞닿지 않는 평행선을 교차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배 세대를 위한 조언
잔소리가 아닌 피드백을 하자. 후배들이 잔소리를 싫어한다고 해서 피드백까지 하지 않는 것은 선배로서 직무유기다. 사실만을 기반으로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쌓아뒀다 한꺼번에 하기보다 사안이 있을 때마다 즉시 하는 게 좋다. 그리고 감정적이기보다 감성적이어야 한다. 감정과 감성은 점 하나 차이지만 엄연히 다른 태도다. “일을 이렇게 하면 어떡해!” 말고 “조금 아쉬운데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정도가 적당하다. 방향을 분명히 한 뒤 방법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의논하는 것도 유용하다. 긍정 피드백도 중요하다. 인간은 ‘부정성 편향’의 동물이기 때문에 부정적 이야기의 힘이 훨씬 강하다. 평소 후배의 성장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신뢰를 쌓은 뒤 발전적 피드백을 해야 상호 교감이 가능하다.

후배 세대를 위한 조언
나에게 피드백을 준 선배를 피하거나 적대시하지 말아야 한다. 변명하지 말고 실수를 인정한 뒤 개선의 각오를 보여주기만 해도 선배는 감동받을 것이다. 실수 때문에 하던 일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다시 분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일종의 오답 노트를 만들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피드백을 준 선배의 마음도 불편하다. 피드백이 부정적이라고 해서 묵묵부답이면 답답하고 울음을 터뜨리면 난처하다. 핑계 대신 지적에 대한 이해, 시정할 점 들을 긍정적으로 대답하면 일 잘하는 예쁜 후배가 될 수 있다.

2022-12-01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이자 숙명여대경영대학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대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조직관리, 리더십 강의를 진행할 때 1순위로 섭외되는 인기 스토리텔러다. 저서로는 《성공하는 CEO의 습관》《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등이 있다.

WORK > JUMP UP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기

    최상단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