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와 DATE

이치에 맞게 데이터를 표현하는 법

지금까지는 데이터를 잘 가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한데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는 만큼 보여줘야 하는 거겠죠. 결국, 내가 가진 데이터를 잘 표현해서 타인을 설득해낼 때, 그 데이터의 힘을 충분히 활용한 것이니까요.
글 _ 강양석 (책 《데이터로 말하라》의 저자)

 

데이터를 잘 표현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데이터를 제시하며 설득해야 할 때,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가 바로 데이터 표현역량입니다. 데이터 하나하나를 자신의 메시지에 맞게 표현할 줄 알아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죠.

‘데이터를 잘 표현한다’라는 말을 하면, 요즘 유행하는 데이터 시각화나 데이터 인포그래픽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데 그런 역량은 전문가들에게나 요구되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데이터 표현역량은 그보다 훨씬 더 기본적인 수준입니다. 데이터를 잘 표현하는 것의 기초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어울리게, 메시지가 틀리지 않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만 잘 지켜도 충분히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틀리지 않게, 오해하지 않게끔 표현하는 것, 궁극적으론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어울리게 데이터를 표현하는 것. 언뜻 들으면 ‘그게 뭐가 어려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 보다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음의 사례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데이터 표현의 제1원칙

상단의 차트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모 일간지에서 각 후보의 강점, 약점, 위협, 기회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어떤가요. 여러분이 보시기에 이 데이터는 올바르게, 틀리지 않게 표현한 데이터인가요?

강의를 나가서 이 데이터를 보여주면 ‘글자 크기가 작아서 읽기 어렵다’ ‘후보별로 사용된 색깔이 달라서 보기 불편하다’ 등의 답변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데이터의 표현 방식이 메시지와 어울리는가’의 여부는 색감, 글자 크기, 수려한 디자인과는 별 관련이 없습니다.

가장 먼저 ‘이 기사의 메시지는 무엇인가’를 확인해야겠죠. 그래야만 ‘데이터의 표현 방식이 메시지와 어울리는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데이터는 ‘A 후보가 B 후보보다 낫다’는 게 아니라 그저 ‘각 후보별 강점, 약점, 위협, 기회는 이러하니 잘 보고 균형 잡힌 판단하세요’란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즉, 데이터는 각 후보의 강점부터 기회까지 네 가지 요소를 비교해서 볼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게 좋겠죠. 이 데이터의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논리적으로 강점, 약점, 위협, 기회는 전형적인 단순 병렬 관계의 요소들입니다. 그런데 데이터의 표현 방식은 마치 강점이 약점을 만들어내고, 약점이 기회를, 기회가 위협을, 마지막으로 위협이 다시 강점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습니다. 즉, 병렬관계를 순환적 인과관계로 잘못 표현한 셈입니다. 물론 이러한 표현이 다 틀렸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더 옳은 표현방법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이죠.

이렇게 얘기하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 아니냐’ ‘이해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데이터 표현의 제1원칙은 ‘메시지가 잘 전달되게끔 도와주는 것’입니다. 즉 데이터 표현이 메시지의 논리 구조를 망가뜨려선 안됩니다. 기초가 잘 다져지지 않은 집은 금방 무너지겠죠. 데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 표현의 기본이 올바르지 않으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필자가 데이터 관련 컨설팅을 주업으로 삼고 있을 때, 데이터 표현역량이 부족함을 비꼬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네가 화가야?”

데이터가 메시지를 올바르게 전달하기는커녕, 지나치게 미적 화려함만을 뽐내는 경우에 사용하죠. 이는 부족한 고민을 데이터의 화려함으로 만회하려는 이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교원 가족 여러분, 데이터를 통해 표현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집중하세요. 투박하더라도 이치에 맞는 표현역량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합니다.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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