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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의 영원한 관계 맺기 구독경제

‘구독경제’가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구독경제가 무엇이기에,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에 함께하고 있기에 이렇게 큰 주목을 받는 걸까.

글 _ 이승훈 (가천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겸 네모파트너즈 대표)





구독경제의 핵심 '데이터'
‘구독경제’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업 중 하나가 ‘넷플릭스’이다. 한 달에 만 원 정도를 지불하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넷플릭스. 이들은 어떻게 구독경제의 상징이 되었을까? 넷플릭스는 사용자가 즐겨보는 영상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좋아할 만한 영상을 추천해 준다. 이는 과거에 비해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콘텐츠 소비량의 증대가 데이터의 질적 · 양적 증대를 만들어낸 것이다. 고객은 넷플릭스가 추천하는 콘텐츠를 즐기고, 넷플릭스는 고객들이 쌓은 데이터를 통해 콘텐츠 조달 비용 및 시간을 절감한다. 고객이 이용하는 콘텐츠가 다양하고, 이용 횟수가 많아질수록 고객과 사업자 모두 더 큰 혜택을 누린다. 이것이 바로 ‘구독경제’의 핵심이다. 구독경제가 성립되기 위해선 고객의 숫자 보다 고객과의 잦은 접촉이 더 중요하다. 많은 수의 고객은 재무상의 가치만을 제공하지만, 고객과의 잦은 접촉은 ‘고객의 활동 데이터’란 새로운 자산가치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실물 상품의 구독
구독경제는 그동안 콘텐츠와 멤버십 영역에서 주로 활용됐다. 한데 이제는 인터넷, 모바일의 발전과 함께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쿠팡의 ‘클럽 와우’,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같은 서비스처럼, 이제는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구독경제가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콘텐츠와 멤버십을 뛰어넘어 실물 상품의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사실 실물 상품에서의 ‘구독’은 낯선 개념이었다. 상품은 한번 사용하면 중고품이 되기에, 구독이란 개념에서의 자유로운 사용은 다수의 중고품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또한 실물 상품은 서비스와 달리 인간의 ‘소유’라는 본능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때문에 실물 상품에서는 구독이 도입되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저성장 등의 이유로 공유 개념이 보편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실물 상품의 영역에서도 구독 서비스를 찾게 됐다. 명품 자동차의 상징인 포르쉐는 고객의 니즈에 발맞춰, ‘포르쉐 패스포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패스포트 서비스는 한 달에 2100달러, 한화로 약 260만 원을 내면 포르쉐의 여덟 가지 차종을 수시로 바꿔 탈 수 있는 차량 구독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2100달러란 가격은 제품의 원가와 이자율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고객의 지불의사 데이터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패스포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어떤 종류와 색상을 선호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것이고, 이 정보는 포르쉐의 빅데이터로 쌓이게 된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포르쉐의 새로운 차랑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구독경제의 흐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조업 시장의 기업들은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고, 상품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이젠 소비자도, 경쟁자도 변화했다. 상품은 너무 많고, 상품의 질적 차이는 줄어들었다. 쉽게 말해 내 상품이 경쟁자의 것보다 엄청나게 뛰어나기는 어려워졌다. 이에 제조업자들은 ‘구독’이라는 사업모델을 통해 새로운 사업방식으로의 전환을 택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차량 구독서비스 ‘현대 셀렉션’을 선보였다. 지금은 현대의 차량 3종에 한해 월 2회만 교체를 제공하는 등 한정적이지만, 머지않아 쉐보레나 BMW 같은 경쟁업체의 차량을 구독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구독경제가 보편화되고, 더 많은 고객들이 구독경제의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현대자동차를 통해 차량에 대한 니즈를 해결하는 것이지, 반드시 현대가 만들어낸 차량으로 그 니즈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플랫폼과 비슷한 형태를 띠게 되는 셈이다. ‘서비스 구독’이 책 · 신문 · 잡지 등 기존의 구독 형태에서 약간 진화한 것에 불과했다면, ‘실물 상품 구독’은 그야말로 혁명적인 변화이다. 그리고 그 변화에 대한 실험은 이미 시작됐다. 실물 상품을 구독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영역에 ‘구독경제’가 도입될지 기대된다. 그 변화의 흐름에 주목해보자.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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