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처방전

질병으로부터 당신을 지키는 힘 면역력이 경쟁력이다

위드(With)코로나 시대, ‘면역’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면역’ 키워드를 붙인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이 많아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면역력은 무엇일까? 우리는 질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핵심, 면역력을 알아야 한다.
글 _ 정가영(책 《면역력을 처방합니다》의 저자, 히포크라타의원 원장)




면역력, 과연 무엇일까

왜 나라마다 군대와 경찰조직이 있는 걸까?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나 경찰이 없다면, 타국의 공격과 침략을 막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 한 나라의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국방시스템이다. ‘면역력은 당신의 몸을 무탈하도록 지켜주는 국방력이다.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내부, 외부의 요인을 없애거나 억제하기 위한 군대이자 경찰 조직인 것이다.

인체를 국가에 비유하자면, 국방력은 면역력, 국방시스템은 면역시스템이다. 군인이나 경찰은 면역세포(백혈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면역시스템이 타깃으로 삼는 적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첫째, 인체 밖에서 안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병원성 미생물이다. ‘병원성이란 감염을 통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 말로 세균, 바이러스 등이 병원성 미생물에 해당한다. 둘째, 내부의 적 암세포다. 원래는 내 몸을 구성하는 세포였지만, 스트레스나 잘못된 생활습관들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고 변형되어 건강을 위협하는 것들이다. 면역세포는 마치 범죄현장을 다니며 단서를 찾고 범인을 체포하는 형사처럼, 우리 몸 곳곳을 보살핀다. 암세포도 예외는 없다. 암세포가 한 개라도 생기면, 우리의 면역세포들이 출동해 즉시 처형한다. 대표적으론 ‘NK세포를 꼽을 수 있다. NK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면역력이 약하다면
면역력이 약할수록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우며, 감염된 이후에도 회복이 잘 안 되고, 상태가 악화된다. 면역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환자들은 병원성이 약한 바이러스의 침입도 이겨내지 못한다. 그래서 고령이나 만성질환 말기, 또는 말기 암 환자들의 사인은 대개 폐렴인 경우가 많다. 폐가 약해서가 아니다. 예전에는 문제없이 아내던 바이러스나 세균의 공격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할 만큼 면역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약하면 생기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암, 악성종양이다. 암 환자들이 주로 많이 하는 검사 중에 ‘NK세포 활성도 검사라는 항목이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NK 세포는 암세포를 발견하면 달라붙어서 사멸시키는 무시무시한 강력계 형사이다. 그래서 이름도 ‘Natural Killer’, 자연살해세포이다. 암환자들의 대부분은 NK세포 활성도가 상당히 낮다. 이들의 NK세포는 암세포를 만나도 그냥 지나친다. 형사는 맞는데, 범인 잡으러 출동하기 귀찮아진 나태한 형사처럼 말이다. 면역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암세포들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지므로 암의 진행, 전이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나보다 더 똑똑한 면역시스템
‘면역학(Immunology)’은 면역시스템이 어떻게 가동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면역학 분야에서 여전히 새로운 논문들이 나오고 있다. 즉, 면역세포들의 활동에 대해 아직도 과학적으로 100% 다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면역세포들의 활동은 인간의 두뇌로 다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어렵고, 정교하고 복잡하다. 하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 면역시스템은 서로 교신을 하면서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맡은 임무를 수행해낸다.
우리가 사는 환경은 완벽한 ‘무균상태’가 아니다. 우리는 이름도 모르는 수십만 가지의 바이러스, 세균들이 득실거리는 환경에 살고 있다. 그래서 내 몸을 지키는 이 작은 군인, 경찰, 형사들은 내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한다. 그렇다. 그 모든 병원성 미생물에 감염되지 않고 멀쩡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 끊임없이 면역세포들이 전투를 하는 덕분이다. 이뿐만이랴.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는 나도 모르게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기침, 재채기, 콧물들이 면역세포들의 활동에서 비롯된다.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려는 적군들을 내쫓는 일종의 방어수단인 셈이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환자가 기침을 호소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강한 기침 억제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그 이유에서이다.

더 나은 면역력을 갖기 위해
면역시스템은 24시간 우리의 몸을 지키기 위해 일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에게 월급을 줄 필요가 없다. 다만, 그들의 활동을 방해하진 말아야 한다. 그러면 이 면역 시스템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균형이 깨진 생활습관이다. 수면부족, 조절 가능 범위를 넘어버린 스트레스, 영양가 없는 인스턴트식품, 중금속, 환경호르몬물질, 무분별한 항생제의 사용, 스테로이드의 투약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우리 면역세포들의 활동을 방해하고 교란한다. 앞으로 우리는 면역력에게 좋은 영양분과, 휴식시간을 제공해줘야 한다. 나를 위협하는 적군으로부터 강력하고 완벽한 국방력을 갖고 싶다면 말이다. 

 

 

 

 

 

 

2021-01-01

정가영: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의학과를 졸업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히포크라타의원의 원장이다. 국제기능의학회 · 대한가정의학회 · 대한임상암대사의학회의 정회원이며 환자들의 주체적인 건강 관리를 위한 건강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면역력을 처방합니다》, 역서로는 《암은 대사질환이다》 등이 있다. 홈페이지: http://hippocrata.com/ 블로그: https://blog.naver.com/dr_nat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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