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TALK TALK

5월의 TREND TALK TALK

글 _ 노준영 (디즈컬 편집장 겸 칼럼니스트)

 


서비스의 새로운 기준

언택트

 

‘언택트(Untact, 비대면)’가 뜨고 있다. 과거, 인터넷 뱅킹이 처음 생겼을 때 거론되기 시작했던 언택트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서비스의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중고차 판매 기업 케이카는 고객들이 집에서도 차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3D 라이브 뷰’ 기능을 선보였다. 중고차 판매 사이트 리본카도 집 앞까지 차를 배달해주는 ‘홈딜리버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언택트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건설 및 부동산 업계도 언택트를 받아들였다. SK VIEW는 사이버 모델 하우스를 통해 청약을 유도하고 있고, 힐스테이트는 유튜브를 통해 분양 장면을 중계한다. 직접 보고 상담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분야들에도 언택트의 개념이 스며들고 있다. 이제 언택트는 서비스의 방향성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됐다.
물론 코로나가 언택트 서비스의 확산에 불을 붙인 건 사실이다.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 다소 불편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코로나 이슈가 아니더라도 언택트는 이미 많은 업계가 주목하고 있었다. 사람과의 대면보다는 전자기기를 다루는 게 더 익숙한 요즘 세대들로 인해, 서비스의 개념이 바뀌던 중이었다. 지금의 언택트 트렌드는, 확산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다고 보는 게 맞다.
대중들은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요청을 늘려갈 것이다. 서비스와 일을 간편하게 처리하려는 욕구는 더 커질 것이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려는 시도 또한 이어질 것이다. ‘우리의 서비스나 상품을 얼마나 언택트로 전달할 수 있는가?’ 이 과제에 대한 정답을 찾아 움직여야 한다.


 




나는 감성을 산다

감성 소비

 

매년 봄이 오면 마트에서 만날 수 있는 상품들이 있다. 바로 계절 한정판 상품이다.
오리온은 ‘딸기블라썸 초코파이’를 출시했다. 패키지 디자인부터 봄 감성을 가득 담아,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마트24는 ‘블라썸세트’라는 이름으로 벚꽃시럽 유부초밥과 대만식 샌드위치 상품을 내놓았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속된 말로 ‘한철 장사’인 한정판 제품을 왜 출시하는 걸까? 바로, 요즘 소비 트렌드 중 하나가 ‘감성 소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그 제품이 지닌 감성을 사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상품의 소비자들은 필요에 의해 구매하기보다, 봄철을 느끼고 싶다는 ‘감성’에 기반한 소비를 했다.
최근, 세븐일레븐은 창작과 비평, 빙그레와 함께 ‘감성 음료’를 출시했다. 맛은 특별할 게 없다. 흔한 밀크티와 아메리카노 맛인데, 바쁜 현대인들에게 힐링과 위로를 전하는 따뜻한 문구로 디자인을 구성했다. 도대체 음료 하나를 마시는데 갑자기 왜 힐링과 위로가 나오는지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성 소비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모든 게 풀린다. 사람들은 음료 이외에도 이 음료가 주는 감성을 함께 사고 있는 것이다.
뭐 하나를 사도 좀 더 큰 가치를 지향하고 싶은 요즘이다. 여기서의 가치는 ‘소비를 통한 편익’을 뜻한다. 경제적, 실용적인 가치일수도 있고, 감성적인 느낌일 수도 있다. 상품과 콘텐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
이제, 시대는 단순한 가치를 원하지 않는다. 소비자와 그릴 수 있는 감정적 목표를 고민해보자. 그 목표 안에 소비자가 들어온다면, 그들은 빠른 속도로 우리의 ‘덕후’가 될 것이다. 감성을 팔자. 대중들의 감성에 귀를 기울여보자.

  

 




미닝아웃의 확산

파타고니아

아웃도어 브랜드로 잘 알려진 ‘파타고니아’는 원래 암벽등반에 필요한 강철 피톤을 만들던 회사였다. 한창 사업을 키우던 중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의류사업을 시작했다. 최고의 아웃도어와 함께 자연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는 게 그들의 목표다. 파타고니아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순면을 쓰고, 플라스틱 병을 녹여 실을 뽑는다. 의류 재활용 운동을 비롯해, 각종 환경 캠페인도 벌인다. 그저 아웃도어 브랜드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 요즘 시대에는 이렇게 해야 한다.
‘미닝아웃’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의미, 또는 신념을 뜻하는 단어 미닝(meaning)과 커밍아웃의 아웃(out)을 결합한 신조어다. 소비를 통해 개인의 취향, 가치, 신념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대중들은 미닝아웃을 통해 소비에 의미를 더하고, 기업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스토리텔링 도구로 사용한다.
미닝아웃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같은 배달 어플이 대표적이다. 주문 시 일회용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체크하거나, 친환경 소재의 포장지를 사용하는 것 모두 미닝아웃에 해당한다. 비단, 친환경적인 내용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판매 수익금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 ‘비커넥트 팔찌’, 수익의 일부를 위안부 할머니 지원에 사용하는 ‘마리몬드’에서도 미닝아웃을 확인할 수 있다. 대중들은 이런 브랜드와 서비스를 소비하며 자신들도 의미있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고 느낀다.
기업은 브랜딩을 위해 끊임없이 스토리텔링을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미닝아웃이 있다.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자연스럽게, 그리고 가끔은 고집스럽게 전하는 신념의 스토리가 대중들을 매료시키고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것이다.


 

  


 

 

음원 시장 변화를 이끌다

플로 & 바이브


음원 시장에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먼저 SK의 음원 서비스 ‘플로’는 실시간 음원 차트를 폐지하고, 24시간 기준으로 차트를 개편했다. 기존에는 1시간 단위로 차트가 바뀌다 보니 1시간 동안 모든 역량을 동원하면 차트에 오를 수 있었다. 그래서 부정한 방식으로 차트에 들어가는 ‘어뷰징’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실제로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음원 차트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음을 인지한 플로는 공신력을 강화하고자 과감한 변화를 단행했다.
네이버의 음원 서비스 ‘바이브’는 정산 방식의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에는 전체 음원 재생 횟수에서 특정 음원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서 정산이 이루어졌다. 그러다 보니, 대규모 팬덤을 지닌 가수들에게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사용자가 특정 가수의 음원을 듣기 위해 이용요금을 내더라도 해당 음원이 전체 재생 횟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작으면, 해당 가수는 사실상 수익이 없는 셈이다. 그리고 이는 곧 많은 기획사들이 어뷰징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계기가 됐다. 바이브는 이 부분을 개선하고자, 직접적인 정산 방식을 도입했다. 전체 재생 횟수의 비율을 배제하고 사용자가 들은 음악의 아티스트에게 저작권료가 배분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플로와 바이브의 변화는 공정한 경쟁과 배분을 위한 첫걸음이다. 기존 음원 시장의 구조는 공정성이란 사회 트렌드를 지키지 못하고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서비스든, 콘텐츠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해야 한다. 이번 음원 플랫폼들의 움직임은 기업들도 다양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좀 더 민감한 감각을 가져야 함을 시사한다. 많은 의견이 공존하는 세상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트렌드가 증명하고 있다.

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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